‘제 2의 벤처 붐’으로 불릴 만큼 벤처 투자 시장이 팽창하면서 벤처캐피탈(VC) 업계로 진출하려는 인재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VC 업계의 핵심 인력인 투자 심사역을 희망하는 인력들이 진입 초기 단계인 교육 신청에서부터 문전 성시를 이루는 모습이다. VC 업계에서는 양질의 심사역을 둘러싼 인력 확보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27일 벤처 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운영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양성 과정 교육’에 참가하려는 인재들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연 4회 진행되는 이 교육 과정에는 올해 들어 매 기수마다 200~250명씩 지원하고 관련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지난해 기수 당 100~150명을 모집하던 것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교육이 비대면 형식으로 바뀌고 인원 제한 등의 차이가 있어 일괄적 비교는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매 기수 200명 넘는 인원이 해당 교육을 신청하는 것을 봤을 때 심사역을 희망하는 인재가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은 대기업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뒤 벤처 투자 업계로 진입을 시도하는 인력들로 분석된다. 현재 벤처투자법은 변호사, 회계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을 경우 협회에서 주관하는 교육 과정 등을 이수하도록 규정한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아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투자 심사역으로 전환한 인력은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바이오 투자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의사·약사 등 출신도 채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러 분야의 인재들이 벤처 업계로 몰리는 건 기본적으로 벤처 투자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의 풀린 자금이 넘쳐나고 알짜 기업공개(IPO) 등이 줄을 이으며 VC사들의 이익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주IB투자·미래에셋벤처투자·TS인베스트먼트 등 상장 창업투자사들의 지난해 합산 총 영업이익은 1,121억 원으로 직전 연도(436억 원) 대비 약 160%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이들 회사의 실적은 상승 탄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경우 올 상반기 498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아주IB도 올 상반기 1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작년(104억 원)보다 많은 수익을 냈다.
특히 벤처 스타트업 시장에 잠재된 기회가 크다는 전망은 인재들을 빨아 들이는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산업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VC들은 미래 유니콘으로 기대되는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다. 올해 신규 투자 금액(6월 기준)도 3조 730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6,554억 원) 대비 약 85% 급증하기도 했다.
신규 VC 설립도 잇따르는 중이다.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기본 설립 요건이 자본금 5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완화되는 등 진입 문턱이 낮아진 덕분이다. 실제 올 7월 기준 등록된 VC는 총 178개사로 집계된다. 올 1월(169개사)보다 10곳 가량의 신규 업체가 세워진 셈이다. 1년 전(156개사)과 비교하면 20개사나 늘었다.
다만 ‘제 2의 전성기’가 돌아왔음에도 업계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인력난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커가는 시장인 만큼 인력 확보 경쟁이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여러 분야에서 투자 심사역을 희망하는 인재들이 늘어났지만 제대로 된 능력을 갖추려면 일정 기간 동안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소형사의 인력난은 더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 벤처 투자 시장이 관심도 커졌지만 ‘즉시 전력감’은 생각보다 많은 현실”이라며 “VC 업체 간 규모 등에 따라 상황이 크게 갈리는 양극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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