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 등으로 인해 현대자동차 판매 실적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하락했다. 지난 7월 이후 3달 연속 감소세다.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공장을 연말까지 완전히 닫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4만3,857대, 해외 23만7,339대 등 총 28만1,196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보다 실적이 22.3% 줄었다. 국내 판매는 34.6%, 해외 판매는 19.4% 감소한 수치다.
한국GM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36.5% 줄어든 13,750대를 기록했다. 국내 판매량은 3,872대, 해외 판매량은 9,878대다.
주요 국내 판매 차량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1,582대), 경차 스파크(1,287), 픽업트럭 콜로라도(579대) 등이다.
쌍용자동차 역시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차질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전년 대비 39.5% 감소한 5,950대의 차량을 9월에 판매한 것이다
내수 판매는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 4,000대 가량을 포함 5,000여 대의 미출고 물량이 남아 있으나, 부품 수급 제약 등으로 인한 공급 차질로 전년 동월 대비 53% 감소했다고 쌍용차는 설명했다.
국내 판매 차 중에서는 2,061대 팔린 렉스턴 스포츠가 최고 인기 차종이었고 티볼리(971대), 코란도(536대), 렉스턴(291) 순이었다.
기아는 전년 동월 대비 14.1% 감소한 22만3,593대를 판매해 선방했다.
9월 기아차 판매량은 국내 3만 5,801대, 해외 18만 7,792대로,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1% 감소, 해외판매량은 10.1% 감소한 수치다.
차종별 실적은 스포티지가 2만 8,517대로 전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으며 셀토스가 2만 3,918대, 리오(프라이드)가 1만 9,329대로 뒤를 이었다.
기아 관계자는 “이번 달도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빠른 출고가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는 등 생산 일정 조정을 통해 공급 지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자동차 생산 공장이 연말까지 문을 닫는 사태도 벌어졌다. 스텔란티스 그룹의 완성차 업체인 오펠은 지난달 30일 독일 아이제나흐 공장을 내년까지 폐쇄한다고 밝혔다. 오펠 대변인은 "길어진 코로나19 사태와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로 업계가 전례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이달 중순까지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생산량을 감축하고 하나의 라인만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포드는 지난 7~8월 멈췄던 멕시코·캐나다 공장의 가동을 10월 중순까지 다시 연기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일본의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는 지난 3월 공장 화재를 겪었다.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아울러 르네사스· 독일 인피니온 등에 납품하는 창화 테크놀로지가 9월 말까지 공장을 멈추는 등 중국 전력난도 반도체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공급 병목을 이유로 내년도 글로벌 차 생산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HS마킷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필 암스루드는 "코로나19 여파로 반도체 후공정의 리드타임이 9개월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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