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지난 달 14일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등 1차 상생안을 내놓은 뒤 추가 대책 마련을 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당시 “주요 계열사들이 빠른 시일 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아직 3주가 지나도록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사안이 복잡한 데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카카오가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샵’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헤어샵은 기존 가맹샵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처음 방문할 때 몰아서 받는 식으로 변경해 논란이 일었다. 문제는 카카오가 지분을 정리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올 8월 기준 카카오는 투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카카오헤어샵을 운영하는 와이어트의 지분 24.52%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헤어샵은 카카오라는 브랜드 파워와 함께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 플랫폼에 연동됐다는 점이 경쟁력”이라며 “이런 장점들이 사라지는 데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서비스를 누가 쉽사리 사려 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골프 사업은 가맹점들이 이미 카카오 플랫폼에 상당한 의존을 하고 있어 섣불리 발을 빼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각 업체들이 그동안 프렌즈 캐릭터 등 카카오를 앞세워 사업을 키워왔는데 하루 아침에 카카오가 사업을 철수해 버리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올 7월 기준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스크린골프 매장 수는 2,100여 곳으로 전체 시장에서 2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 사업 철수 얘기가 나오자 후유증을 우려하는 점주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상생안을 고민중이다.
택시, 대리의 경우 각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와의 소통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택시 4단체와는 사실상 대화가 중단된 상황이다. 민주당이 최근 택시 측과 카카오 간 중재를 위해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이들 단체가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대리는 사업자와 개인 기사 간 입장차 때문에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카카오가 상생안으로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자 기존 대리 업체들은 ‘경쟁사 씨말리기’라며 반발하는 반면 기사들은 “수수료를 낮추는 게 왜 문제냐”며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업자들은 지금으로서도 남는 게 거의 없기 때문에 카카오 수준으로 맞추기 어렵다는 반응”이라며 “양쪽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모두가 만족하는 안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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