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경찰은 대격변을 맞았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1차 수사기관으로 책임은 증가하는 등 사회적인 책임이 변했지만, 경찰 조직은 계속해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서울경제가 76주년 경찰의날을 맞아 만난 경찰학자들은 입을 모아 경찰권의 정당성과 시민 신뢰 회복을 경찰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자치경찰제를 연착륙시켜야 하며 경찰 내부에서도 수사 관행을 개선하는 등 개혁의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폭풍을 수습하는 일이다. 경찰은 숙원이었던 수사권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았지만, 예전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반복하며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사건, 대장동 의혹 등 정치권력과 연관된 사건에서는 한없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경찰이 정치적인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는 집단인데다 수사역량마저 부족하다는 비판을 마주하게 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도 정치적인 중립을 확보하는 것이 경찰의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권의 정당성을 회복하고 시민들로부터 그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경찰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강도로 내부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채 경찰이 수사하는 범위만 늘어난 것도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에서도 검찰이 영장 청구권을 무기 삼아 경찰 수사 속도를 저해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상하 관계를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여전히 과거의 수직 관계에 머물고 있다는 방증이 된 셈이다.
또 경찰 수사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에 비해 수사 인력은 예전 수준에 머물면서 사건 적체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에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은 사건 처리가 늦어지며 경찰에 신뢰를 잃는 반면 경찰은 쌓여만 가는 사건에 허덕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에 추가적인 업무 로드가 걸릴 것이 분명했지만 기존 조직을 세 개로 나누기만 하며 ‘한 지붕 세 가족’이 됐다”며 “올해가 지나면 경찰이 수사에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분석한 뒤 인력 충원 등의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전면 시행된 자치경찰제도 현장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지역별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출범한 자치경찰은 기존의 국가경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다. 자치경찰의 예산과 조직이 국가경찰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채 인위적으로 조직만 나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가경찰이 여전히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업무를 대신하면서 도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이 희미해졌다”며 “자치경찰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예산, 인사 등에 있어 국가경찰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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