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관련 특별법에 따라 지원금을 받은 ‘긴급조치 1호’ 피해자도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가 민주화보상법에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린 것에 따른 판단이다.
21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긴급조치 1호’ 피해자 오종상(81)씨가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심에서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고 오씨에게 1억1,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오씨는 지난 1974년 버스에서 옆자리 승객에게 정부 시책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영장없이 강제 연행됐다. 이후 중앙정보부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다 허위자백을 해 이를 토대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이 확정됐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오씨 사건이 ‘위헌적 긴급조치 발동으로 헌법상 권리를 제약하고 형사 처벌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했고, 2010년 대법원은 오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오씨는 이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6년 대법원은 “오씨가 지난 2005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구금 관련 생활지원금 4,200여만원을 받았고, 형사보상금 1억8,400여만원도 받았다”며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판단했다. 재판에서 ‘화해’란 양측이 소송을 끝내기로 합의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2018년 헌법재판소는 오씨의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민주화운동 피해자가 보상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국가 배상은 여전히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주화보상법에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오씨는 대법원에 손해배상 소송 재심을 청구했고 3년여 만에 “재심 대상 판결 중 원고(오씨)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는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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