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조카며느리 박태정 씨가 지난 2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25일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고인은 안중근 의사의 친동생이자 독립운동가인 안정근(1885∼1949년) 지사의 며느리로 국내에 거주하는 안중근·정근·공근 형제의 혈족 중 가장 가까운 유족으로 알려졌다. 고인을 비롯한 안정근 지사의 후손들은 넉넉지 못한 살림을 이어왔다. 가난에 병치레까지 더해져 고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의 남편인 안진생 씨는 1960년대 외교관 생활을 시작하고 여러 나라 대사를 지냈다. 하지만 안 씨는 1980년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 본부 대사로 재직하던 중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강제 해임된 뒤 그 충격으로 뇌경색을 얻어 1988년 사망했다. 8년 동안 이어져온 가장의 투병 생활로 가세는 급속히 기울었다. 가족들은 월세를 전전하다 서울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자리를 잡고 거주해왔다.
고인의 두 딸과 손녀 등 4인 가족은 수권자인 장녀 안기수(66) 씨가 보훈처에서 매달 받았던 수당 50만여 원과 고인의 기초연금, 지인들의 도움 외에는 뚜렷한 수입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지병은 없었지만 지난해 낙상 후 몸이 안 좋아져 요양원 생활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딸인 기수 씨는 고인을 간호하다가 편찮았던 몸이 더 안 좋아져 올해 3월 별세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삼일장을 치를 여유도 없이 이날 바로 발인을 하고 고인을 용인천주교묘지에 안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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