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핀크스 골프클럽(GC)은 가장 제주도답고, 가장 한국적인 골프장이다. 모든 홀에서 한라산과 오름 등 제주의 다채로운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바다 옆에 커다란 종처럼 우뚝 솟아 제주를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산방산이 유독 잘 보인다. 18번 홀 그린과 서귀포 앞바다, 그리고 산방산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그래서 핀크스에서의 라운드는 정원을 산책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에는 맑은 하늘과 따스한 햇살 등 만추의 감성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 원)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코스를 휘감았다. 선수들은 최상의 코스 컨디션에 엄지를 치켜세우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2021시즌 남은 대회는 서울경제 클래식을 포함해 3개. 이번 대회는 각종 타이틀 경쟁과 내년 시드 유지 여부 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2명의 참가자는 캐디와 마지막 연습 라운드를 돌면서 코스 구석구석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주요 선수들이 꼽은 최대의 승부처는 마지막 18번 홀(파4)이다. 이 홀은 핀크스GC를 유작으로 남긴 세계적 디자이너 고(故) 테오도르 로빈슨이 가장 사랑했던 홀이기도 하다. 그린 앞 작은 개울과 뒤편의 관목 숲 등이 어우러져 동양의 미를 물씬 풍기지만 지난해 가장 난도가 높았다. 평균 4.38타가 기록됐다. 나흘 동안 버디는 25개가 나온 반면 보기 이상은 115개나 쏟아졌다.
박현경(21)은 “18번 홀은 역시 까다롭다. 그린이 좁은 데다 3·4라운드 때는 티잉 구역을 20야드 정도 뒤로 뺄 거라서 거리도 더 길어진다. 거리와 정확도 모두 갖춰야 좋은 스코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주 무대로 활약하는 김효주(26)도 “18번 홀이 가장 어려울 것 같다. 바람까지 불면 난도는 더욱 올라간다”며 “길이도 짧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큰 압박감을 줄 것”이라고 했다.
18번 홀은 1·2라운드 때는 388야드, 3·4라운드 때는 409야드로 운영될 예정이다. 아이언으로 2클럽 정도 차이 나기 때문에 우승컵 향방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이 오르막이고 우측에 벙커가 있기 때문에 왼쪽 전방을 공략하는 게 현명하지만 그린 앞 개울이 시각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준다. 안전하게 공략하기 위해 핀을 넘기면 급격한 내리막 퍼팅을 남겨 놓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올해 대회 기간 코스는 파72에 전장 6,686야드로 세팅된다. 3·4라운드에는 6,707야드로 약간 더 길어진다. 전체 길이는 지난해보다 48야드 늘었다. 상대적으로 쉬웠던 3번(파4·381야드)과 15번 홀(파4·370야드)의 길이를 각각 25야드와 23야드 늘려 난도를 높였다.
여기에 지난주 내린 비의 영향으로 코스가 부드러워 선수들의 체감 거리는 더욱 늘었다. 아이언 샷은 물론 드라이버 샷도 볼이 페어웨이에 떨어지면 많이 구르지 않아 장타자들에게 유리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상금 랭킹 2위에 올라 있는 임희정(21)은 “코스 상태가 최상이다. 하지만 (구르는 거리인) 런이 없는 것은 부담이 된다”면서“흐름을 잘 타야 하기 때문에 전반을 잘 치고 후반으로 넘어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우승자 장하나(29)는 “코스가 정말 ‘짱’이다. 이런 곳에서 라운드를 한다는 것이 프로 골퍼로서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이어 “그린이 볼을 잘 받아주기 때문에 결국은 아이언 싸움이 될 것 같다”며 “이번 주에 날씨가 좋을 것으로 예보돼 있지만 제주에서는 언제 거센 바람이 불지 알 수 없다. 잔잔한 날 최대한 타수를 줄여놓아야 한다”고 전략을 밝혔다. 이미 상금왕을 확정한 박민지(23)도 “나흘 중 하루는 바람이 강할 것이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리판 그린’ 명성은 올해도 이어진다. 대회 기간 그린 스피드는 3.5m 이상으로 유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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