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미국 멕시코만 앵커 해상 유전을 매각한다. 최근 들어 광물과 석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글로벌 자원 공급망이 안보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만 거꾸로 보유한 해외 자원을 매각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량 자산인 멕시코만 유전을 매각하는 것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자원 안보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해부터 미국 현지 법인인 앵커홀딩스가 보유한 멕시코만 해상 유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해외 기업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만 해상 유전은 석유공사가 2008년 1조 원을 투자해 지분 80%를 매입한 곳이다. 2012년 지분 29%를 국내 민간 투자사에 매각해 현재 석유공사가 보유한 지분은 51%다. 현재 해상 유전에서는 공사 몫 기준의 원유 및 가스를 하루 평균 3,600배럴 생산하고 있고, 매장량은 보유 지분 기준 2,830만 배럴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을 고려할 경우 매장량 가치는 23억 4,000만 달러(약 2조 7,400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헐값 매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가 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데다 현 정부의 정책 차원에서도 자원 자산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광구를 팔겠다는 시그널을 국제사회에 계속 내보내면 가격이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계속해서 해외 자원을 매각하는 가운데 바이어들이 투자 금액의 60~70% 선으로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지금까지 앵커 해상 유전에 약 9억 달러를 투자했고 배당, 국내 지분 매각 등을 통해 5억 7,400만 달러를 회수했다. 3억 달러 이상 받아야 원금 회수가 가능한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초 석유공사는 2009년 8,000억 원에 매입한 페루 석유회사 사비아페루를 28억 원에 매각했고 더 나아가 현재 보유한 17개국, 31개 광구 중 6개국, 13개 광구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광물공사 역시 연초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을 매입가 2억 5,000만 달러의 절반인 1억 2,000만 달러에 팔았다.
강 교수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유가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인데 고작 부채 때문에 광구를 내다 판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된다”며 “정부가 현재 보유한 해외 자원은 석유 같은 에너지 자원 또는 니켈과 같은 전략 광물인 만큼 자원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부 고위층에서 매각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