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앞다퉈 암호화폐 규제 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미국 정부는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증권을 관리하는 SEC와 상품을 담당하는 CFTC 두 기관으로 암호화폐 규제 권한을 구분하고 있다. 미국 내 암호화폐 감독권을 나눠 가진 두 규제 기관의 ‘영역 다툼’이 벌어지면서 미국의 암호화페 규제 강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인사 청문회에 참석한 로스틴 베남(Rostin Bahnam) CFTC 의장 대행은 “CFTC가 암호화폐의 주요 ‘경찰관’이 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며 의회에 CFTC의 규제 권한 확대를 요청했다.
베남 의장 대행은 최근 CFTC가 암호화폐 시장을 적극 단속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8월 CFTC는 미등록 금융 상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한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와 1억 달러 규모 벌금에 합의를 본 바 있다.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와 테더(USDT) 발행사에도 USDT 준비자산 부족 및 시정명령 불이행 혐의로 벌금 4,250만 달러를 부과했다.
베남 의장 대행은 “이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은 2조 7,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 중 약 60%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의회가 CFTC의 권한 확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CFTC와 규제 영역을 두고 다투는 SEC 역시 며칠 앞서 암호화폐 규제 권한에 대해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 및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SEC의 규제 권한은 명백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5,000~6,000개의 암호화폐 대부분이 증권의 정의에 해당되기 때문에 SEC의 규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SEC와 CFTC 간 주도권 싸움의 첫 승자는 SEC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주 발표되는 재무부 보고서를 통해 SEC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권한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EC가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주요 권한을 가져가되 CFTC도 감독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한편 최근 두 기관이 규제 영역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 강화 움직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전반적인 감독을 강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행정부 전반에 걸친 암호화폐 관련 기관들의 업무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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