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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들을 위한 식물성 계란이 왔어요[지구용 리포트]

녹두로 만든 계란, 부쳐보고 쪄봤더니…“계란과 다르지만 맛있다”

대체육·대체계란 등 비건 시장 빠르게 성장…디카프리오도 투자

식물성 계란인 저스트에그는 계란말이, 오믈렛, 샌드위치속 등 다양한 요리로 만들 수 있다. /사진제공=저스트에그코리아




프랜차이즈 카페나 편의점에서도 채식 메뉴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이다. 종교·건강상의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뿐 아니라 동물 착취를 반대하는 ‘비거니즘’에 동참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덕분이다. 비건 식품은 기후위기를 물리칠 해답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의 14.5%가 축산업에서 배출된다.

서울 연희동 한 마트에 마련된 비건 와인 코너. /사진=유주희기자


이런 흐름을 타고 동물성 식품을 대체할 다양한 식물성 식품이 등장하는 추세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맛없다는 혹평을 받았던 ‘콩고기’는 이제 맛과 영양에서 뒤지지 않는 소고기 대체육, 닭고기 대체육 제품으로 새로 태어났다. 코코넛이나 올리브 같은 식물성 원료로 육즙까지 감쪽같이 재현했다. 맥주·와인 등 주류에 마카롱·케이크 등 디저트류, 베이커리까지 비건 식음료의 가짓수도 상당히 많아졌다.

닭은 없어도 되는 ‘식물성 계란’


출시 전 공수한 저스트에그 액상형·고체형 제품. /사진=유주희 기자


대체육에 이어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 계란도 등장했다. 녹두로 만든 대체 계란 ‘저스트에그’가 대표적이다. 과연 맛은 어떨까. 저스트에그로 계란찜·샌드위치·계란말이를 만들어 일반 계란으로 만든 동일한 요리와 맛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계란말이는 당근·양파·쪽파를 넣고 부쳤다. 계란찜은 일반 계란과 저스트에그 모두 쓰유(일본식 맛간장)를 소량 더해 만들었다. 일반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를 잘 섞어야 하지만 액상형 저스트에그는 섞을 필요가 없다. 샌드위치는 빵에 버터와 디종 머스터드를 바른 후 양배추와 토마토를 끼워 넣었다.

저스트에그로 만든 계란말이와 계란찜·샌드위치. 보다 정확히 맛을 비교하기 위해 저스트에그와 일반 계란으로 각각 하나씩 만들어봤다. /사진=유주희 기자


영상으로 담은 저스트에그 vs. 계란 조리 과정. /촬영 및 편집=정현정·정민수 기자

계란말이는 부칠 때부터 냄새가 달랐다. 저스트에그 계란말이에서는 두부전 같은 맛이 났다. 콩류인 녹두가 주재료다 보니 자연스러운 결과다. 계란찜은 의외로 저스트에그 쪽이 더 계란찜 같은 맛이었다. 저스트에그 계란찜은 기포가 거의 보이지 않는 일본식 계란찜, 일반 계란찜은 만드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부풀어 오르는 전형적인 한식 계란찜 형태였다. 평소 어떤 계란찜을 더 선호하는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했다. 샌드위치는 다른 재료들 때문에 맛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고체형 저스트에그가 일반 계란 부침보다 살짝 두껍고 단단하다 보니 좀 더 쫄깃한 식감이었다. 시식에 참가한 4명의 총평은 “계란과는 조금 다른 맛이지만 맛있다”였다.

빠르게 성장하는 비건 식품 시장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건 식품은 동물성 식품과는 다른 맛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스트에그 계란말이와 일반 계란말이가 다른 맛이 나는 것처럼 대체육과 일반 고기도 맛이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맛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맛의 결이 다를 뿐이다. 다행히 비건들은 ‘고기와 다른 맛’이라고 해도 개의치 않는 편이다. 애초에 동물권에 대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비거니즘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비건이 아닌 건강 등 다른 이유로 채식을 택한 이들, 여전히 고기 맛이 그리운 이들의 입맛에는 아쉬울 수 있다.

디보션푸드의 대체육을 구운 모습. 코코넛오일을 사용해 육즙을 재현했다. /사진=유주희 기자


이는 대체 식품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고민거리다. 어느 층을 주로 겨냥해 제품 개발 및 마케팅을 해야 할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한 대체 식품 스타트업의 관계자는 “비건보다는 채식주의자 또는 살을 빼려는 소비자들로부터 나오는 매출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비건 시장이 아직 작고 다른 소비자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고의 충성 소비자인 비건들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비건과 비건이 아닌 소비자층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밥(샤리) 위에 식물성 재료만 얹은 '비건 초밥'도 인기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의 에티컬테이블. /사진=박윤선기자


그런 고민과는 별개로 비건 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체육, 대체 우유, 대체 계란을 포함한 전 세계 대체 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96억 달러(약 11조 2,000억 원)에서 오는 2025년 179억 달러(약 20조 9,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표적 대체육 회사인 비욘드미트는 2019년 5월 이미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투자를 받았다. 비욘드미트의 경쟁사인 임파서블푸드는 상장을 고민 중이다. 기후위기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미국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비욘드미트에 이어 올 9월 대체육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이스라엘의 알레프팜스, 네덜란드의 모사미트에도 투자했다.

국내에선 농심·풀무원·CJ제일제당·대상·롯데푸드·신세계푸드 등 굵직한 식품 기업들이 최근 수년 사이 잇따라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부는 이미 제품을 출시해 공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체육 스타트업인 디보션푸드·언리미트는 잇따라 투자를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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