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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북한의 사이버공격 의혹...인공지능(AI)까지 무기화할까

[민병권의 군사이야기]

해킹사건 계기로 북한의 정보기술능력 주목

SW인력 1.5만명...사이버전사 6,800명

9개 SW대학 세우고...연구조직도 확대

AI 개발 20여년 달해 기본기는 세계적

AI로 韓 사이버망 보안취약점 공격 우려

전자전, 드론, 미사일 등에 적용될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시설을 방문해 현장지도를 하는 가운데 벽면에 '최첨단을 돌파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북한은 핵 뿐 아니라 사이버전 등 비대칭군사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사진출처=조선중앙통신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또 다시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공격을 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이 정보통신기술(ICT)을 무기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가속도를 붙여 사이버전 등 다양한 군사 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우리 민·관·군의 대응역량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31일 복수의 정부 당국자 및 ICT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20여년전부터 AI개발에 투자해 왔으며 현재 치안·보안 및 군사분야에 일부 적용할 수 있는 기초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1990년대 김정일 집권기부터 김일성 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전사들을 키워왔다”며 “이렇게 육성한 인력들을 활용해 자체적인 OS(컴퓨터 등의 운영체계), AI를 포함한 다양한 소프트웨어(SW)를 독자적으로 개발해왔다”고 전했다. ICT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러시아, 제 3세계 국가에 외화벌이를 위한 인력수출 차원에서 파견돼 IT(정보기술) 노동자로 일했던 북한 인력이 상당히 많았다고 들었다”며 “북한은 폐쇄적인 국가이지만 이렇게 해외에 근로자로 파견된 IT인력들이 선진 기술 등을 습득했을 것이기 때문에 AI기술도 우리나라나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의 한 학생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컴퓨터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해외의 북한전문여행사인 '우리투어(Uri Tours)'가 온라인 사진 플랫폼 플리커에 올린 이미지 중 하나다. /사진출처=플리커




◆북한 SW 인력 어떻게 양성했나

윤정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만 1만5,000명의 SW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도 5,000명의 SW인력이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하면 평양 내에 20개 가량의 IT관련 회사가 설립돼 있고, 북·중 합작사도 5개 정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방부의 분석 등에 따르면 SW인력을 활용한 북한의 사이버전 분야 전문인력은 6,800여 명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추정된다.

신용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박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북한내 인터넷 사용자는 인구의 0.06%인 2만여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폐쇄된 국가에서 SW인력이 적지 않게 배출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뒤떨어진 북한이 IT분야에서 경제·국방의 활로를 찾고 사회를 통제하기 위해 SW인재 양성에 집중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국제적인 경제제재로 제조업을 일으킬 물자, 장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SW사업은 대단한 설비투자가 없어도 일반적인 상용 컴퓨터만 갖추면 시작할 수 있고, 인력교육을 위한 교재나 강사도 전세계적으로 넘쳐나고 있어 북한으로선 접근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며 “SW기술은 점점 더 전자화되는 무기 개발을 위해서도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과거 김정일 정권 시절부터 역점을 두고 인력양성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SW분야 인재 양성을 본격화한 것은 1992년 인도의 SW산업을 벤치마킹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1995년에는 평양컴퓨터기술대학과 함흥컴퓨터기술대학이 신설됐다. 이듬해에는 김일성종합대학 내 컴퓨터과학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내 정보기술대학이 설립됐다. 그리고 1997년에는 조선컴퓨터센터와 평양정보센터에 각각 정보과학기술대학과 김책공업대학 분교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SW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신설된 북한 내 대학은 1995년부터 2009년까지 14년간 무려 9곳에 달한다. 이들 대학은 신분과 당성이 입증된 엘리트계층 자녀들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받아서 교육시켜왔기 때문 북한의 낮은 ICT 서비스 보급률에도 불구하고 엘리트층을 위주로 SW인력들이 상당수 배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배출된 SW인력들은 북한의 주요 기관이나 대학 등에서 주로 복무하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일부는 외화벌이를 위한 해외 근로자로 송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매체 '조선의 소리'가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한 교육용 로봇 사진. 북한은 인공지능을 탑재해 음성과 화상을 인식할 수 있는 로봇을 유치원 및 초등학교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AI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은 1997년에 자체 개발 AI 바둑프로그램 ‘은별’을 내놓았다. 은별은 1998년 및 2003~2006년 세계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해 북한의 AI 기초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을 입증했다.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후에는 AI를 활용한 번역프로그램인 ‘룡남산5.1’이 나왔다.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과학연구원 지능기술연구소는 ‘조선어 음성인식프로그램’, ‘조선어문서인식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월 북한 선전매체 아리랑메아리 보도에 따르면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과학연구원이 개발한 AI기반의 자동얼굴인식체계가 도입됐는데 약 1초면 사람의 성별, 연령, 얼굴 특징을 포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체계는 북한내 국가 기관, 병원, 상점, 기타 공공장소들에도 도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AI연구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해 2010년대 중반부터 기계학습 방식인 딥러닝, 서포트벡터머신(일정한 샘플을 주면 컴퓨터가 스스로 샘플을 패턴과 규칙 등을 찾아내는 기술) 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AI기술수준은 아직 선진국에는 미치지는 못하지만 머지 않아 이를 추격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IT융합비즈니스 전공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AI 분야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 수준은 국내기업이나 국제적 수준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북한의 한글 자동인식 프로그램 인식률은 95%로 높은 수준이며 AI를 이용한 장기 게임인 ‘조선장기’와 바둑 프로그램 ‘은바둑’도 뛰어나다는 게 문 교수의 설명이다.

국내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 AI 알고리즘 관련 연구를 하는 대표적 연구조직으로는 4곳 정도가 꼽힌다. 바로 정보산업지도국 산하 인공지능연구소, 조선컴퓨터센터(KCC) ,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이다. 이중 KCC는 김정일 정권 집권기인 2000년대 초반부터 IT연구개발을 전담해온 기관이다. 아울러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인 2013년 정보산업지도국 산하에 인공지능연구소가 설립되는 등 AI관련 조직이 확충돼 왔다고 윤 선임연구원은 소개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12월 14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기존 무인기보다 체공 시간이 늘어난 새로운 무인기를 개발 중인 사실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 AI 개발 대남공격에 쓰일 우려

북한은 AI를 활용해 군의 사이버전, 전자전, 무인체계(드론, 로봇 포함), 정밀유도무기 등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군 및 학계의 진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AI가 무기체계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그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리 군이나 해외 선진국들이 방위산업분야에 AI를 응용하는 흐름을 상당 수준 흉내 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이 AI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도발 문턱이 낮은 해킹 공격 등에는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우리 군에서도 북한의 AI 위협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민혁 육군 분석평가단 중령은 올해초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AI를 미사일, 사이버, 소형 잠수정 등 비대칭 전략무기체계 위주로 적용해 군사 무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와 사용인구가 세계적인 수준인데 비해 사이버전에 대응할 능력이 저조하기 때문에 북한이 AI를 군사화할 경우 사이버 분야에 적용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AI를 활용한 사이버보안 취약점 공격 등이 짐재적 위협으로 꼽힌다. 김 중령은 또한 북한이 AI를 적용해 우리 군의 레이더 탐지망 및 요격망을 회피하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이밖에도 무인잠수정(UUV), 무인지상전투차량(UGV), 무인비행기(UAV) 등의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자율기동, 표적탐지·식별, 공격 기술 등을 연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우리 군과 과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북한이 이들 무인무기체계에 핵물질이나 생화학물질 등을 탑재해 대량살상무기(WMD)처럼 활용할 잠재력도 상존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리 군과 정부 차원의 면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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