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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골목상권 침해하면 기업 쪼갠다”…與 '이재명표 온플법' 추진

‘중개자 겸 판매자’ 이중적 지위 금지

플랫폼 기업 '문어발 확장' 막겠다지만

IT혁신 저해·소비자 피해 양산 우려

국내 환경과 맞지 않고 미국서도 논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위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 보고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정책으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을 발의한다. 해당 법안에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사업을 확장해 골목 상권을 침해할 경우 해당 사업을 분할할 수 있다는 급진적인 내용까지 담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을 본뜬 이 법안이 국내 온라인 플랫폼 환경과는 맞지 않아 정보기술(IT)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31일 여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여야 의원들이 기존에 발의한 내용과 차별화된 새로운 온플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골목 상권을 보호한다는 이 후보의 정책 의지에 따라 대선 정국에서 해당 법안을 ‘이재명표’ 정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 후보는 “수수료, 광고료, 부가 서비스 등을 강요하는 플랫폼의 횡포에 소상공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며 “플랫폼 중개 사업자가 골목 시장 영역까지 문어발 식으로 확장하는 것을 방지해 상생과 협력의 질서를 만들고 시장 독과점을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법안은 플랫폼 기업의 ‘이중적 지위 금지’와 ‘기업분할명령제도’를 핵심으로 한다. 이중적 지위는 플랫폼 기업이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을 넘어서 판매자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 이러한 이중적 지위를 누리는 대표적 플랫폼 기업으로는 ‘쿠팡’과 ‘야놀자’ 등이 있다.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판매하고 야놀자 역시 전국에서 237개 숙박 업체를 운영 중인데 법안은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분할명령제도는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막는 강력한 수단이다. 플랫폼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 이해 상충을 일으킬 경우 사업을 구조적으로 분리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이 본 플랫폼 사업 외에 다른 사업을 소유·지배하면서 자사 상품을 우대하거나 경쟁사 상품을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가 이해 상충에 해당한다. 카카오(035720)가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하면서 가맹 택시에 ‘콜(승객호출)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은 이해 상충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문제는 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이재명표 온플법’이 미국과 다른 국내 플랫폼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일명 ‘GAFA’로 불리는 미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시가총액 합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달하는 반면 국내 거대 플랫폼인 네이버·카카오의 시가총액 합은 아직 우리나라 GDP 대비 약 7%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네이버·카카오는 유통, 배달 음식, 지도 및 내비게이션 등 각종 분야에서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특히 기업분할명령제도는 미국에서조차 급진적인 제도로 논란을 빚고 있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까지 단 한 차례도 기업분할 명령을 내린 적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입법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온라인 플랫폼이 혁신 경제의 중추로서 활약해야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위적인 사업 분할이 오히려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양용현 KDI 연구위원은 “무료로 음악을 듣는 대신 광고를 보는 경우 이용자들은 돈이 아닌 자기 관심을 지불하고 음악을 소비하지만 플랫폼의 음악 스트리밍 사업과 광고 사업을 분리하면 이것이 불가능해진다”면서 “결국 소득이 낮은(가격 탄력성이 큰) 소비자일수록 더 큰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갈등을 먼저 조율한 뒤 새로운 온플법과 기존 법안을 병합해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4일 열리는 비공개 당정회의는 공정위의 온플법안과 방통위의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안 간 중복 규제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법안이 워낙 오래 계류돼 있었던데다 심사 완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나중에 병합하더라도 우선은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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