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만에 0.2%포인트(p)나 뛸 정도로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최고 수준은 이미 5%대 중반에 이르렀다. 이달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리면 대출금리가 6%대에 진입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금리상승을 예측하고 고정금리를 택할지, 당장 크게 낮은 변동금리가 유리한지 대출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A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3.68∼4.68% 수준이다. 지난달 31일 금리(3.47∼4.47%)와 비교해 불과 하루 사이 상단과 하단이 모두 0.21%포인트 올랐다. 금리가 하루 사이 0.2%나 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른 은행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31∼4.814% 수준이다. 이는 8월 말(2.62∼4.19%)과 비교해 불과 두 달 사이 하단과 상단이 각 0.69%포인트, 0.62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변동금리가 아닌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의 상승 폭은 더 크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2.92∼4.42%에서 3.97∼5.377%로 올랐다. 최저 금리가 1.05%포인트, 최고 금리가 0.957%포인트 등 전반적으로 두 달 사이에 약 1%포인트 뛰었다.
은행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시장금리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 속에 은행이 지표금리에 자체 판단으로 더하는 가산금리를 더 올리거나 거래실적 등을 반영해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줄인 것도 금리 급등의 원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에 대한 우대금리 최대폭을 0.5%에서 0.3%로 0.2%포인트 깎았고, 주거용 오피스텔 담보 대출과 월상환액고정 대출의 우대금리(최대 0.3%)는 아예 없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앞서 9월 3∼16일 불과 약 열흘 사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깎아 실제 적용 금리를 0.3%포인트나 올리기도 했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금리 수준 자체가 높아지는 것뿐 아니라,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약 0.6%포인트나 높은 점도 고민거리다. 최근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를 크게 웃도는 것은, 우선 은행들이 향후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해 정책적으로 고정금리의 가산금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고객에 일부를 분담시킬 수밖에 없다. 이달과 내년 초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과 향후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을 고려할 때 시장금리는 내년에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금융 환경이라면 당연히 고정금리를 택해야 하는데, 당장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0.6%포인트나 높으니 여전히 상당수 대출자가 변동금리를 찾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만약 지금 변동금리를 택했더라도, 앞으로 시장금리 추세를 꼼꼼히 살펴보다가 예상보다 많이 오른다고 판단되면 고정금리 대출로 중간에 갈아타는(대환 대출)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상당수 은행에서 변동금리 대출 잔액을 고정금리로 바꾸는 대환대출에 대해서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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