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재즈계에서 가장 중요한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혔던 기타리스트 팻 마르티노가 사망했다. 향년 77세.
뉴욕 데일리뉴스는 2일(현지시간) 매니저를 인용해 마르티노가 전날 필라델피아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복잡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 라인과 폭발적인 속주로 유명했던 마르티노는 지병인 호흡기 질환으로 지난 2018년부터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15세 때 프로 연주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마르티노는 22세 때인 1967년에 발매한 데뷔 앨범 '엘 옴브레'로 재즈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그가 1974년 발표한 실황 앨범에 수록된 '써니'는 비밥이나 네오소울뿐 아니라 속주계열 기타 연주자들도 한 번씩은 도전하는 고전이 됐다. 데뷔 후 10년간 12장의 앨범을 내면서 누구보다도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마르티노의 연주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뇌동맥류에 시달렸던 그는 결국 36세 때인 지난 1980년 뇌수술을 받았다. 마르티노는 목숨을 건졌지만, 수술의 부작용으로 기타 연주법을 망각했다.
자신이 과거에 낸 레코드를 들으면서 기타를 다시 배워나간 마르티노는 결국 1987년 '더 리턴'이라는 앨범과 함께 재즈계로 복귀했다. 독학으로 기타를 배운 마르티노는 디미니시와 오그멘티드 코드를 중심으로 하는 독특한 기타 이론을 정립했고, 이후 기타 교육자로서도 재즈계에 영향력을 끼쳤다. 재즈 클럽에서 노래와 함께 기타도 연주했던 아버지를 뒀던 마르티노는 생전 인터뷰에서 기타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릴 때 아버지의 말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절대 안방의 침대 밑을 들여다보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에 침대 밑을 찾아보니 기타가 나왔고, 그순간부터 기타를 손에서 떼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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