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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기반시설 투자의 중요성

파리드 자카리아





미국에서는 2분마다 한번씩 상수도관이 파열된다. 이로 인해 버려지는 수돗물은 하루 60억 갤런으로 수영장 9,0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놀랍지 않은가?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기반시설 지출안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미국의 허물어져가는 기반시설을 수리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제 듣기조차 지겨운 상투어가 돼버렸다. 그렇다해도 국내 인프라가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제때 손을 보지 않은 다른 시설물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후한 인프라 역시 방치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태가 악화돼 수리비용이 늘어난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반시설지출안이 가져온 변화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불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과거 수 십년간 연방정부가 지출한 인프라 관련 경비를 살펴보는 것이다. 1950년대와 60년대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인프라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를 웃돌았다. 그 이후 수 십 년에 걸쳐 미국 경제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지만 2019년의 인프라 지출은 GDP의 0.7%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새로운 기반시설예산안에 따라 미국의 인프라 관련 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5년간 1.3%로 올라간다. 게다가 민간투자를 장려하는 조항이 많아 이 수치는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인프라 지출로 인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성장이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의견이 갈린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분명 상당한 투자이익을 기대할 수있다. 뉴욕시를 파산위기에서 건져낸 금융인 펠릭스 로하틴의 저서 “대담한 시도”는 이리호 운하에서 첫 대륙횡단철도, 농촌전력화사업과 주간고속도로망에 이르기까지 과거 150년에 걸친 연방투자를 통해 구축된 미국의 경제시스템을 상세히 소개한다.

우리는 미국의 경쟁력을 자본주의 체제, 혹은 수 세기에 걸쳐 이 니라에 들어온 근면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의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잘못된 생각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는 다른 국가들과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 피터 자이한은 그의 명저 “어쩌다보니 수퍼파워”에서 미국의 독특한 강점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비자 시장을 가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말대로 미국은 총연장 1만 7,600마일의 운항가능한 수로를 갖고 있다. 물론 세계 최대의 물길 연결망이다.



미국의 수로들은 퓨젓사운드 샌프란시스코만과 체서피크만 등 수심이 깊은 일련의 거대한 천연항구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수로와 철도, 항구들이 지난 수 십 년간 크게 늘어난 교통량과 불충분한 투자에 직면하면서 미국이 지닌 이런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 내륙수로와 댐의 거의 80%는 지금쯤 이미 교체됐어야 했다. 새로운 내륙수로가 개설되면 바지선의 운항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항만시설 투자는 병목현상을 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개선된 도로와 빨라진 철도 또한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민주당으로선 공공투자가 제 몫을 한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에게 알릴 수 있는, 한 세대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기회를 잡은 셈이다. 따라서 기반시설 예산은 제대로, 그리고 신속히 집행되어야 한다. 경비효율적이고 유능한 정부를 옹호하는 기구인 “코먼 굿”은 지난 2015년 인프라예산 승인을 가상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방과 주 및 자치단체에서 인프라 지출을 집행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문건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공사 시공이 6개월 지연될 경우 2020년대 말까지 미국의 핵심 기반시설을 현대화하는데 필요한 액수의 두 배에 달하는 3조 7,000억 달러의 경비가 발생한다. 이 보고서에서 코먼 굿의 필립 K. 하워드는 “지금과 같은 환경평가는 종종 환경 자체에 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노후한 전력망은 석탄을 사용하는 200개 화력발전소의 발전량과 맞먹는 전력 소모를 가져온다.

기반시설은 고루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기반시설이 중요한 것은 단지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프라 지출은 미래에 투자하려는 건강한 사회임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예일대의 경제학자 레이 페어는 지난 9월, 1929년에서 2019년 사이의 국내 기반시설 지출을 분석한 한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GDP 대비 인프라지출 비율이 회복기미 없이 내리닫이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시기를 1970년대로 특정했다. 미국의 정례적 적자예산이 시작된 것도 거의 같은 시기였다.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현재의 소비에 초점을 맞춘 사회라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페어는 기반시설 지출안이 장기적 추세에 대단히 작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 이 작은 변화를 즐기자. 그리고 미래를 위한 과감한 시도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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