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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공감] 어느 성실한 창작자가 이루어낸 것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속 한 장면 /사진 제공=넷플릭스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진출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 즈음에 나는 두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의 프리 프로덕션을 하고 있었다. 한편으로 그때 나는 지독한 불안증을 앓고 있었다. 나를 불안하게 한 것은 ‘내가 또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돼지의 왕>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 받을수록, 또 <사이비> 작업이 진행돼가면 갈수록 이상하게도 내 머릿속은 텅 비어버리고 ‘나는 더이상 아무 이야기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라는 불안이 점점 더 심해졌다. 그즈음에 떠올린 이야기가 바로 『얼굴』이었다. (…) 거의 20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매진해온 나에게 『얼굴』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나 자신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왔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20여 년 동안 게으름 부리지 않고 창작을 해왔다고 자신한다. (연상호, 『얼굴』, 2018년 세미콜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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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공개 직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도시에 좀비떼가 창궐하고, 지옥의 사자들이 인간 세상에 현현해 지옥의 고통을 시연하는 등 연 감독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20여 년 동안 때로 ‘내가 또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불안에 사로잡혔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숨 가쁠 때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무너지지 않고, 자신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보물 같은 이야기를 꺼내 계속 일했다. 『얼굴』은 그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만들지 않고, 책에만 몰래 새겨둔 창작자 연상호의 빛과 힘이 담긴 이야기이다.

그때그때의 성공이나 평판은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매일의 성실은 온전히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성공은 막연한 개념어에 가깝지만, 우직한 성실은 확실하고 강력한 동사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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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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