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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교육평등주의 실험으로 학력 저하···‘가붕개’로 그냥 살라는 거냐” [청론직설]

◆김경회 명지대 교육대학원 석좌교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두 배 늘고 사교육지표 악화일로

수능을 서·논술형 개편하고 정시 비중 70%로 늘려야

교육교부금 일률배분 멈추고 대학 지원과 일원화 필요

임기말 국가교육위 강행 ‘대못박기’, 차기정부에 넘겨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8일 한 수험생이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 들어가기 앞서 어머니와 포옹하고 있다./서울경제DB




지난 18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탄식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수험생들이 어렵다고 느낀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력 저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경회 명지대 교육대학원 석좌교수는 2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학력 저하는 코로나19 사태로 도드라졌을 뿐 그 이전부터 이미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초·중·고 교육재정을 남아돌 정도로 쏟아부었는데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전(前) 정부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과 사교육비 지표가 죄다 나빠진 점을 거론하면서 “현 정부가 내세우는 교육평등주의 실험의 예고된 참사”라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 교육과정 개편과 고교학점제 도입, 입시 제도 개편이 줄줄이 예고돼 학생과 학부모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대학 입시 시즌을 맞아 교육부 관료 출신으로 교육정책의 실무와 이론에 두루 밝은 김 석좌교수를 만났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가 2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교육으로 성공한 국가로 칭송받지만 지금처럼 교육평등주의 이념이 교육 현장에 뿌리내리면 해외의 찬사는 흘러간 옛말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올해 수능은 문·이과 구분 없는 통합형 출제 첫 회인데.

△통합형 수능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작용한다. 원점수가 같더라도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 수학이 대표적이다. 문과와 이과의 수학 이수 단위부터 다르다. 문과생은 불리한 수능 구조에 불만을 느낄 것이다. 등급과 표준 점수, 백분위 외에도 원점수까지 제공해 대학의 전형 요소 선택 폭을 넓혀줘야 한다. 오는 2023년 고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수능을 포함한 입시 제도 전반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논란이 크다. 보수·진보 성향의 교원 단체들이 모두 부정적 기류다.

△고교학점제는 진영 논리와 무관하게 추진해온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원래 이명박 정부 때부터 검토한 사안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탄핵 국면에 묻혀 없던 일이 됐다. 취지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 부여에 있다. 자신의 대학 진로에 맞춰 관련 과목을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 진보·좌파 진영에서 학생의 선택권 중시를 신(新)자유주의의 산물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교원끼리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교사부터 늘려야 하는데 학령인구 감소와 엇박자 아닌가.

△교원 단체가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8만여 명의 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극단적 사례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교사 공급과잉을 반영하지 않았고 과목당 학생 수 12명이라는 이상적 전제로 나온 숫자다. 정상적으로 추산하면 한 해 증원 교사는 600명 남짓에 그칠 것이다. 교원자격증이 없는 박사 등 ‘학교 밖’ 전문가 유입으로 어느 정도 벌충할 수도 있다. 교원 단체의 반대에는 조직 이기주의가 있다고 본다.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 입시 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고교학점제에서는 1학년 때 공통과목을 상대평가하고 2·3학년 때 선택과목을 성취 평가(절대평가)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의 학생부는 대학 전형에서 변별력을 상실할 것이다. 이미 ‘조국 사태’ 이후 학생부종합전형의 비교과 영역은 거의 사라졌다. 자기소개서도 2024년부터 없어진다. 이는 입시 제도가 수능 중심으로 개편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7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교조는 고교학점제 졸속 추진에 반대하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시가 수능 중심으로 간다면 과거 줄 세우기로 되돌아갈 우려가 있는데.

△점수 순서대로 뽑는 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반대로 학종은 ‘깜깜이’ 전형인 데다 학교별 학업 편차가 워낙 커 주요 대학에서는 본고사 수준의 면접을 보는 부작용이 있다. 수능은 현실적 대안이다. 수능은 공신력과 변별력을 갖춘 평가 도구로 사회적 신뢰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 다만 문제 풀이 또는 암기 위주인 선다형을 지양하고 서술·논술형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학종의 장점을 흡수할 필요도 있다. 수능 중심의 정시로 70%를 뽑고 학종 중심의 수시는 사회적 취약층과 특기자 등에 국한해 30%를 선발하는 게 바람직하다. 좀 더 욕심을 내면 미국의 SAT(대학 입학 자격시험)처럼 기초학력을 평가하는 수능Ⅰ과 진로와 연관된 수능Ⅱ로 분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른바 ‘인(in) 서울’ 대학과 지방 국립 거점대 정도만 수능Ⅱ까지 요구하지 다수의 대학은 수능Ⅰ만으로도 충분하다.

-입시 제도가 또 바뀌는 데 대한 불안감이 크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정부가 수능 출제와 관리만 하고 학생 선발권을 대학 자율에 일임하는 것이다. 본고사를 부활하자는 말이 아니다. 수능을 반영하든, 학생부로 선발하든 대학이 알아서 선택하도록 하는 게 정답이다. 우리처럼 정부가 입시에 개입하는 나라가 없다. 차기 정부가 입시 불개입 원칙을 선언하면 좋겠다.

-정부는 교육정책을 정권과 무관하게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명분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든다는데.

△발상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 국가교육위 역할 대부분은 입시 제도와 관련된 것들이다. 왜 국가가 입시 제도를 계속 장악하려고 하는가. 국가교육위는 자문 기구가 아닌 심의·의결 기구여서 ‘옥상옥’ 논란을 피할 길이 없다. 중립성 확보는 위원회 구성상 불가능하다. 위원회 발족은 차기 정부 출범 이후인 내년 7월인데도 현 정부가 위원 인선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차기 정부에 위원 인선권을 넘겨야 한다. 정권 말 ‘알 박기’ ‘대못 박기’를 해서는 안 된다.

지난 6월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이 통과된 뒤 유은혜(왼쪽) 교육부 장관이 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초·중·고 학생의 학력 저하가 걱정된다.

△그 이전부터 학력 저하는 심각했다. 기초학력 미달자가 과거 정부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전국 단위 학력 평가를 없애고 3% 표본만 측정한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으니 학원에서 돈을 주고 시험을 본다. 줄 세우기라면 무조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이는 게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다. 시험도 안 보고, 숙제도 없고, 훈육도 하지 않는다. 이런 ‘3무(無) 정책’이 과연 교육적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말로는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길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교육비를 줄인 것도 아니다. 1인당 사교육비는 물론 사교육 참여율, 학교급별 사교육비, 과목별 사교육비 등 개선된 게 하나도 없다. 교육평등주의 실험의 참담한 결과다. 3무 정책은 개천에서 용쓰지 말고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그냥 살아가라는 말로 들린다. 이게 얼마나 위선적인지 국민들은 다 안다.

-자율형 사립고, 특수목적고 일괄 폐지도 그런 맥락에서 추진됐는가.

△억강부약(抑?扶弱)이라는 말이 있다. 교육에서 ‘부약’은 당연하지만 ‘억강’은 금기다. 잘하면 더 잘하게 북돋우고 못하면 좀 나아지도록 해야 하는 게 교육 아닌가. 고교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면서 고교 선택권 박탈은 모순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데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넘쳐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국세의 20.79% 배정) 제도는 한 반에 60명씩 2부제를 했던 1968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은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정도다. 돈이 넘쳐 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교육청도 있다. 반대로 대학은 ‘반값 등록금’에 묶여 재정난과 경쟁력 저하가 심각하다.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 투자비는 2016년부터 대학생 1인당 지출액을 넘어섰다. 이대로 두면 재정 낭비와 교육 불균형 심화를 초래한다. 학생 1인당 적정 교육비를 재산정해야 하고 대학과 초·중·고 지원의 균형도 맞춰야 한다. 칸막이를 없애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He is …

1955년 세종시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회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 고시 20회로 교육부에 들어가 인적자원정책국장과 정책홍보관리실장 등을 거쳐 서울시 부교육감과 교육감 권한대행을 지냈다. 이어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와 한국교총 산하 교육정책연구소장, 전국사립사범대학장협의회장 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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