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재용 '실리콘밸리 인사 혁신'…30대 임원·40대 CEO 나온다

■삼성, 미래지향 인사제도 발표

李, 임직원들 의견 경청·반영

부사장·전무, 부사장으로 통합

승격 위한 '10년 체류기간' 폐지

승격세션으로 팀장이 인력 발굴

거점오피스·육휴 연착륙 등 도입





“인재들이 주인 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 가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해 5월 무노조 경영·경영권 승계 포기 등 대국민 입장 발표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삼성전자가 나아갈 길을 뚜렷이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6개월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는 이재용의 ‘뉴삼성’을 구현하기 위한 군살 없는 효율적 조직 만들기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29일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내린 방안이다. 삼성전자는 조직 내부에 여전히 남아 있는 연공서열의 흔적인 ‘직급별 체류 기간’을 폐지했다. 기존에는 입사 이후 총 4단계로 구분된 커리어레벨(CL)을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8~10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했지만 더는 ‘시간의 벽’이 존재하지 않게 됐다. 대신 ‘승격 세션’을 통해 소속 팀장과 보직장이 특정 직원의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해 우수 인력이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대졸 신입을 기준으로 과장급 진급까지 기존에는 8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2년 만에 가능하다. 만약 만 27세에 입사한 대졸 신입 남성이라면 만 29세에 과장, 만 32세에 부장을 달 수 있다. “30대 임원, 40대 최고경영자(CEO)도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앞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에서 진대제·황창규 전 사장 등이 40대에 특정 사업부를 이끄는 사장 자리에 오른 전례는 있지만 전사 CEO로 발탁된 적은 없었다.



‘직급이 아닌 성과로 직원을 바라보겠다’는 삼성전자의 각오는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에 진행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하기로 한 결정에서 드러난다. 직원의 직급은 본인과 부서장만 알 수 있도록 배려해 ‘계급장’을 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조직 내 잡음을 최소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임원 직급도 과거 부사장, 전무로 나뉘어 있던 것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해 슬림한 조직을 만든다.

이처럼 성과주의를 내세운 인사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이 공감하는 평가 프로세스가 전제돼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답으로 엄격한 상대평가로 진행했던 고과평가의 틀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이는 일부 핵심 부서는 고성과자들이 몰려 있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반영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신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한 10% 이내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인사권자인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프로세스가 단편적일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개인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동료평가(피어리뷰)’를 시범 도입한다. 이 제도는 내년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도입한 뒤 임직원 의견을 수렴해 오는 2023년부터 공식 운영에 들어간다.

창업주 고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부터 강조했던 인재 제일 철학도 이번 인사제도 혁신에서 빛을 발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여성 임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은 물론 직장·가정 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꿔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약속대로 삼성전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직원이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확충했다.

육아휴직자가 복직 시 연착륙할 수 있는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재택근무와 사옥 출근의 장점을 취한 거점오피스제도를 도입하고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근무존을 마련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울러 국내·해외법인의 우수 인력이 일정 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STEP제도’, 동일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타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 부여하는 ‘사내FA제도’도 도입해 혁신의 저변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혁신은 뉴삼성에 걸맞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며 “임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 문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