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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에…일감 늘어도 일 못해요"

[한숨 커지는 지역 산업현장]

조선·농업 등 집중 근무 막히고

원전건설 지연…협력사 부담 가중

車업계도 추가근무 난항에 초조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 대책 시급

신고리 5·6호기 건설 협력업체 현장소장들이 지난 22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 52시간 근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일감은 넘치는데 일할 사람이 없어요.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직원들은 추가 근무를 못하고 정시 퇴근 후에는 음식 배달 같은 부업을 하는 직원까지 늘고 있습니다.”

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양충생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회장은 “조선업 특성에 전혀 맞지 않는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현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조선업은 공정에 따라 일감이 몰리는데 야외 작업이 많아 비나 눈이 오면 작업이 전면 중단된다. 공정과 날씨 때문에 밀린 일을 처리하려고 해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 양 협회장의 설명이다.

지난 2015년부터 큰 위기를 겪었던 국내 주요 조선 업체들은 중국 등 해외 기업들과의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지난해 들어 수주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협력 업체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가격 경쟁과 함께 납기일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집중 근무가 필요하지만 올해 1월부터 근로자 50∼299인 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확대가 직격탄이 되고 있다.

양 협회장은 “일감이 줄어드니 임금도 줄어 사람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며 “현대중공업의 울산 지역 협력 업체 150여개뿐 아니라 경남 거제와 부산 등을 더해 전국적으로 700~800여개 협력업체가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는 전국 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벼 입고 시간을 오후 6시 30분까지로 제한했다.

지역 농협의 한 관계자는 “가을 수확철에 벼 입고가 어려워지고 RPC 직원들도 교대 근무로 업무 강도가 높아진 대신 시간외 수당은 줄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면서 “벼뿐만 아니라 짧은 기간 출하가 집중되는 복숭아, 고추 등 과일·채소 산지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 현장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공사에 참여한 20여개 협력 업체 현장소장들은 지난달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파산 위기에 처한 협력업체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협력업체는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과 공사 기간 연장 등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지난달 18일부터 3일 간 작업을 중단했다.

하루 근무시간이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됐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전 일당으로 지급하기로 계약한 임금을 그대로 보전해 줄 수밖에 없어 시급 단가가 25∼35%나 올랐다는 게 협력업체들의 주장이다. 공사 기간 연장으로 임금이 늘었고 주휴 수당, 퇴직금, 연차 수당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와 반도체 부족 문제의 여파로 생산이 저조했던 현대차는 내년에 생산량 만회에 나섰지만 주52시간 근무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 개선을 대비해 지난달 2일 고용노동부에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했으나 근로자 동의 부족을 이유로 반려됐다.

이에 현대차는 2만 8,000여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아 내년에 다시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 매출 하락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협력업체들의 입장이다. 현대차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차도 잘 팔리고 일할 사람도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일이 계속 끊기고 있다”며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돼 내년에는 매출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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