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생산용량과 생산역량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아킴 크로이츠버그(사진) 싸토리우스 회장은 지난 달 25일 경기도 성남시 글로벌 R&D 센터에서 서울경제와 단독으로 만나 한국의 의약품 생산 역량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크로이츠버그 회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용량을 고속으로 구축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며 “매우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능한 엔지니어와 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자산”이라면서 “매우 높은 수준의 교육, 훌륭한 직업윤리, 성실 근면함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싸토리우스는 1870년 독일에서 설립돼 생명과학 분야 연구 및 공정 관련 제품, 장비 등을 공급하고 이와 관련된 기술 서비스를 지원하는 바이오 연구·공정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60개국 이상의 지사에서 1만3,0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 2019년 18억3,000만 유로(약 2조4,500억 원)에서 올해는 30억 유로(약 4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싸토리우스는 최근 인천 송도에 3억 달러(약 3,500억 원)를 투자해 오는 2024년까지 의약품 원부자재 생산시설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예상 고용인력은 750명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인천시에 1억 달러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했으며, 이번 방한 때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협력사 등과 만나 투자 규모를 대폭 늘렸다. 싸토리우스는 송도에 일회용백·세포배양배지·멤브레인 등을 생산하는 시설을 설립해 셀트리온(06827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바이오의약품 공정 분야 연구개발 및 교육 사업도 추진한다. 한국을 미국, 유럽에 이은 또 하나의 생산 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크로이츠버그 회장은 한국의 뛰어난 생산역량을 활용해 적기에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생산 범위를 넓히고 추가적인 연구 및 서비스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바이오 제조용 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고객사들과 가까이 있으면 개발을 더 빨리 하고, 제품 출시도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로이츠버그 회장은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과의 협력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국의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최근에서야 새로운 장이 열리면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세포·유전자치료제 등 많은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며 “싸토리우스가 한국의 신약 개발 과정에서 효율적인 제품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향후 국내 연구기관과의 서비스 및 연구 협력을 더욱 확실하게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로이츠버그 회장은 아시아의 의약품 시장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아시아의 인구는 매우 많은 인구는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와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며 “아시아 국가들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새로운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올라 있으며 앞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에서 특히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크로이츠버그 회장은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은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육성하려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하는 ‘글로벌 백신·바이오 인력양성 허브’에 참여하기 위해 싸토리우스에 인력 양성 프로그램 마련, 바이오 캠퍼스 설립 등에 협력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크로이츠버그 회장은 이에 대해 “백신 생산 역량을 키우고 생산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인상적인 방법"이라며 적극적인 검토 의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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