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국정농담] 1만명 확진 대비했다더니 또 "거리 둔다, 협조하라"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7,000명 돌파에 정부 당황...'국민 대화' 공수표

文 "4주간 K방역 성패, 3차 접종 적극 참여하라"

"총리와 매일 통화할 것"...靑 기자실은 또 폐쇄

'접종 거부' 늘고 유은혜·정은경엔 비난 글 폭주

'물백신' 논란 등 여론 악화...北대화·대선도 영향

"가짜뉴스가 방역 방해"...대통령, 12일 호주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0일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답변히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정부 방역에 또다시 초비상이 걸렸다. 일본·홍콩·대만 등 주변 선진국들이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한국만 확진자, 위중증자,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어 방역당국이 진땀을 빼는 모양새다. 11월부터 의욕적으로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당장 다음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부활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확진자 1만명 발생 상황까지 대비했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결국 공수표로 끝난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일상으로’를 주제로 ‘국민과의 대화’를 연 건 불과 20일 전이다. 일부 국민들은 나아가 일관성을 잃은 정부 정책을 불신하며 ‘물백신론’ ‘접종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방역 방침에 잘 협조해 온 국민들에게 정부가 또 “협조 잘 하라” “가짜뉴스를 조심하라”고 요구하는 데 대한 불쾌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변수는 현 정권 말까지 대북정책, 대선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며 정국을 계속 흔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文 “앞으로 4주간 ‘K-방역’ 성패...3차 접종 적극 참여 부탁”

올 연말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에 박차를 가해 대선 전까지 민생 경제를 회복하려던 청와대의 구상은 최근 때 아닌 코로나19 확산에 크게 어그러졌다. 연말연시 안정적인 방역 상황 속에 ‘종전선언’ 추진에 집중하려던 문 대통령도 당황한 기색을 내비친 건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확진자, 위중증환자, 사망자 모두 늘고 있고 오미크론 변이까지 겹치며 매우 엄중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일상회복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할 최대 고비”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단합한다면 충분히 이겨낼수 있다”며 “전력을 다해 확산세를 조기에 차단하고 의료체계를 안정시킨다면 일상회복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앞으로 4주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라며 “정부는 특별방역대책의 성공에 ‘K-방역’의 성패가 걸려있다는 각오로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방역당국뿐 아니라 모든 부처가 특별 방역 대책이 현장에서 빈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방역의 벽을 다시 높일 수밖에 없는 정부의 불가피한 조치에 대해 국민들께 이해를 구한다”며 “마스크 쓰기 같은 기본수칙 준수와 함께 불편하시더라도 정부의 강화된 방침에 협조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이 코로나로부터 서로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 방역 수단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접종 참여를 거듭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의 강화된 방역 조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文, 총리와 매일 통화 추진…靑 기자실도 폐쇄

문 대통령은 다만 K-방역의 성패를 가를 기간을 왜 4주로 설정했는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코로나19 4차 대유행 때는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짧고 굵게’ 끝내자”고 제안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7,000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8일에도 이어졌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매우 엄중해진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특별방역대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방역 상황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3차 접종을 포함한 적극적인 접종과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 등 국민들의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이례적으로 기존 입장과 큰 차이가 없는 지시를 하루 만에 또 내린 것이다. 문 대통령도 예기치 못한 확산세에 적잖이 긴장하고 있음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박 대변인은 9일에도 “문 대통령은 앞으로 김 총리와 매일 통화하며 코로나19 현황과 정부의 대응 조치를 보고받을 예정”이라며 대통령의 방역 점검 사실을 알렸다. 다만 문 대통령과 김 총리 간 통화는 이튿날인 10일부터 불발됐다. 두 사람의 회의 일정이 어긋난 탓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11일에야 비로소 김 총리와 통화하면서 “이번 위기가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하고 모든 공직사회가 총력을 다해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확진자 급증에 청와대 기자실이 포함된 춘추관도 10일 다시 한 번 폐쇄됐다. 청와대는 지난 9일 밤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방역조치의 일환으로 춘추관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 상시 개방을 재개한 지 고작 한 달여 만이었다. 청와대가 춘추관을 폐쇄한 건 지난 7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였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연합뉴스


“코로나 추가 악화땐 내주 특단조치”…‘초강력 거리두기 부활’ 시사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자 정부는 초강력 사회적 거리두기 부활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다음주 내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총리는 10일 인천시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정부는 발빠른 백신 접종을 위해 18세 이상 성인은 기본 접종 후에 3개월이 지나면 누구나 3차 접종이 가능하도록 간격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18∼59세 성인에 대한 추가 접종 간격은 5개월, 60세 이상 성인은 4개월이었다.

김 총리는 그러면서 “사흘 연속 7,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의료 대응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특히 예상보다 높아진 중증화율로 인해 중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병상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또 “비수도권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추가 행정명령을 내려 1,700여 개의 병상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무엇보다 “정부가 총력을 다하고 민간이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국민들께서 스스로 방역에 협조해 주시지 않는다면 총체적 위기로 빠져들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위기 국면의 반전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포함한 특단의 방역대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음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도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확산세가 더 꺾이지 않는다면 (특단의 조치를) 다음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며 “운영 시간 제한이나 사적 모임 제한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로서는 최대한 지난번 발동한 (방역패스 적용 대상 확대 등) 대책을 시행하며 병상을 확충하는 노력을 하도록 하겠다”며 “현재 유행세를 최대한 누그러뜨려 보고 ‘록다운(봉쇄)’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통제관은 3차 유행 당시 적용됐던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밤 9시 운영 제한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조치도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가 거리두기 카드를 또 만지기 시작한 것은 미성년자 접종, 성인 3차 접종률 제고 등 백신 활용 방법만으로는 단기적 대처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서 국민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만명 확진 대비” 공수표…‘정부 코로나 대응 못한다’ 여론 급증

기존 입장을 뒤집은 정부 대응은 과학적 예측 없이 일상회복을 서둘러 추진한 결과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병상 확보, 돌발변수 대비 등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치적 성과를 의식하다가 K-방역이라는 허상에 너무 집착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일상회복 시작을 자축하듯 열린 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도 다시금 회자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생중계로 진행된 행사에서 자신의 최대 업적을 묻는 질문에 K-방역 등으로 우리나라의 세계적 위상을 높인 점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K-방역을 비롯해 대한미국 위상이 아주 높아져 지금은 거의 세계 톱10”이라며 자화자찬이 아니니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백신 접종을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접종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역설했다. “위중증 환자 증가세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부는 5,000~1만명까지도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비했다”며 “병상을 빠르게 늘리고 인력을 확충해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 확산세 정도는 정부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국민들이 받아들일 만한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의 공언은 불과 3주도 지나지 않아 위태로운 상태에 빠졌다.

김 총리 역시 지난달 26일 오찬 기자간담회 때만 해도 단계적 일상회복 중단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되돌아간다는 것은 말이 그렇지 쉽지 않다”며 거부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원칙 없이 오락가락한다고 여길 만한 대목이었다.

하루 확진자 수가 다음주 1만명, 이달 말 3만명까지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여론도 급격히 식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3.1%포인트에 신뢰수준 95%,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응답자의 47%는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11일 시행된 직전 조사와 비교했을 때 12%포인트 상승한 수치였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4%로 지난 조사 대비 13%포인트 급락했다.

악화된 여론은 백신 접종 거부 반응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소아·청소년에게도 방역 패스를 적용한다는 정부 방침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돌파 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얀센, 아스트라제네카(AZ) 등 미국·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접종하지 않은 일부 백신은 ‘물백신’이라는 오명도 썼다. 얀센은 외부 활동량이 많은 30대가 집중적으로 맞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유은혜·정은경 비난 글 폭탄…대통령은 12일부터 4일간 호주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8일 ‘청소년 코로나19 백신접종!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열었다가 비난으로 도배된 실시간 댓글 창을 마주해야 했다. 채팅 창에는 “이게 나라냐 공산당이냐” “너나 맞아라” “포럼마저 소통이 아닌 강요”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다음 날인 9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생중계 브리핑에서도 강제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의 비판이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정 청장이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과 함께한 이 자리에서 참여자들은 “대한민국에 전문가가 두 사람 뿐이냐” “(정 청장은)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는 AI(인공지능)인가” 등 부정적 반응을 내비쳤다. 정 청장과 이 교수, 고 대변인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을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다.

정 청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0일에도 청소년 방역 패스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자로 나섰다. 정 청장은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4주간의 특별방역대책과 백신 접종을 통해 지금의 고비를 넘고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를 믿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 청장은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이 중요한 이유로 ▲위중증·사망 예방 효과가 90%에 달하는 점 ▲최근 돌파감염자가 접종 효과가 감소한 시점에 늘어난 점 ▲싱가포르·캐나다·프랑스·일본 등에서도 70% 이상의 청소년이 2차 접종을 완료한 점 ▲유럽 일부 국가는 미접종자에게 벌금을 매기거나 외부 출입을 금지하는 점 등을 들었다. 정 청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금까지 국가에서 하란대로 다 했는데 왜 또 국민 탓을 하고 훈계하느냐”는 등 거부 반응이 나왔다.

방역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오미크론 상륙까지 겹치면서 코로나19 사안은 한 동안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 악화는 외교에도 영향을 끼쳐 종전선언을 위한 중국, 북한 설득 작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 경쟁에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12일부터 15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호주를 국빈 방문하며 자리를 비우게 됐다. 16~18일에는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해 문 대통령을 만난다. 문 대통령은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해 “가짜뉴스가 진실을 가리고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고 심지어 방역과 백신 접종을 방해해도 민주주의 제도는 속수무책”이라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적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