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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부품 매출 90% 급감..."미래차 그랜드플랜 없으면 공멸"

[준비 안 된 미래차 전환]<상>무너지는 자동차 생태계

공급망 붕괴·원자재값 급등 영향

상장 중소부품사 영업익 1억 그쳐

고용도 직격탄...종사자 2만명 뚝

부품 흔들리면 車산업 전체 휘청

과감한 지원책 조속히 마련해야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에 위치한 한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공장 책임자가 텅 빈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느려지면서 자동차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서울경제DB




우리나라 수출과 고용의 보고이자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산업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산업의 실핏줄인 부품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잇따른 악재에 미래차 전환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자동차 생태계의 핵심인 부품 업체가 흔들리면 우리 자동차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자동차 부품 업체의 경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증시에 상장된 중견·중소 자동차 부품사 실적이 올 3분기 줄줄이 악화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3분기 상장된 중소 부품 업체 영업이익은 단 1억 원에 그쳤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물류난에 운송비가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자 납품 물량까지 줄어들었다.

실제 내연기관차 부품인 액슬을 생산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 C사는 지난 10년간 해당 부품 매출이 거의 다 사라졌다. 지난 2012년 C사의 액슬 매출은 557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50억 원가량 판매하는 데 그쳤다. 액슬은 타이어와 차체를 연결해 진동 및 충격을 흡수하는 부품이다.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공법으로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K 사는 4년 만에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K 사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370억 원 수준으로 2017년(660억 원)보다 43% 하락한 수치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미래차 대비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미래차 시대에 대비해 기술 인력을 확보해도 좋은 처우를 보장하는 곳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더 심각한 것은 단순한 수익성 악화를 넘어 도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한국GM 등에 브레이크 부품을 공급하는 HM금속이 파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G80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 루프랙 제조 업체인 부품 업체 진원 등 3~4곳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와 원자재 급등→자동차 생산 차질→부품 업체 수익성 악화 및 도산→미래차 준비 부족→완성차 경쟁력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품 업체의 붕괴는 고용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 수는 37만 4,000여 명으로 2016년 대비 2만 명 줄었다. 부품 업계 종사자는 22만 8,000명으로 2016년보다 1만 5,000여 명 줄었다.

실제 이날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동차업계 미래차전환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부품 업체들의 미래차 준비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가 9~10월 완성차·자동차 부품 업체 300개 사, 자동차 업계 종사자 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응답 업체의 56.3%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래차 분야에 진출은 했지만 수익을 실현하지 못한 기업 비율도 23.7%였다. 미래차 분야에 진출하지 못했거나 했더라도 수익을 못 내는 기업이 80%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 기업이 미래차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역시 자금 부족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설비투자 관련 장애 요인으로 ‘자금 부족’이 77.9%로 가장 많았고, 수도권 규제 등 정부 규제(9.9%), 미래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결정 지연(9.2%)이 뒤를 이었다. 연구개발(R&D) 확대 애로 사항도 자금 부족(47.3%), 전문 인력 부족(32.1%), 기초원천기술 부족(13%) 등이었다. 특히 올해 자금 조달 여건이 전년보다 악화됐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6.3%에 달했다. 내연기관에서 수익을 내 미래차 전환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수익성 악화로 이마저 가로막힌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부품사들은 자금 부족과 인력 부족 등으로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품사가 무너지면 국내 자동차 생태계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만큼 그랜드플랜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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