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가 줄지었던 올 한 해 동안 그룹의 몸집을 가장 많이 키운 곳은 카카오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323410)·카카오페이(377300) 등 굵직한 계열사 2곳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며 시가총액 규모가 3배 넘게 불어났다. 내년 기업 주가 흐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실적 전망의 경우 인터넷기술(IT)·콘텐츠 등 신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확장세를 펼치고 있는 카카오와 소속 조선주들의 동반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현대중공업(329180)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포스코는 주요 그룹들 중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14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 11곳 중 올 들어 계열사 시총 합계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곳은 카카오그룹으로 집계됐다. 카카오그룹의 시총은 지난해 말 38조 원 수준에서 이달 118조 원(12월 10일 기준)으로 1년간 207.56% 불어났다. 그다음으로 시총 증가율이 컸던 현대중공업그룹(56.12%)과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SK아이이테크놀로지·SK리츠 등 가장 많은 계열사를 상장시킨 SK그룹(16.51%)의 시총 증가율을 압도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지난해 76조 원 규모에 달했던 현대차그룹과의 시총 격차 역시 현재 10조 원까지 좁혀진 상태다.
카카오그룹의 ‘덩치 키우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의 IPO다.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시총 규모는 30조 원, 24조 원 수준으로 각각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 15위를 차지했다. 코스피 시총 15위권에 계열사 3곳 이상이 포함된 그룹은 삼성을 제외하면 카카오가 유일하다. 최근 들어 개별 기업의 경영진 및 최대주주들의 지분 매각 소식이 이어지며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때 카카오그룹주 4곳의 시총 합계는 125조 원을 넘나들기도 했다.
반면 시총 1·3위 그룹인 삼성과 LG의 경우 주요 그룹 중 유일하게 몸집이 쪼그라들었다. 두 그룹은 모두 주요 계열사들이 반도체 수급난 이슈와 코로나19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었다. 삼성의 경우 16개 그룹사의 시총 합계가 666조 원으로 지난해 말(682조 원) 대비 2.44% 감소했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로 그룹 전체 시총의 75%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와 삼성SDI(006400)의 주가 하락세가 컸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호텔신라 등 리오프닝주도 기를 펴지 못했던 영향이 컸다.
LG그룹 역시 같은 기간 시총 규모가 10조 원가량 증발했다. LG화학(051910)은 연초 주가가 100만 원을 웃돌았지만 올 하반기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배터리 수익성 악화 우려를 겪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둔 현재 70만 1,000원(14일 종가 기준)으로 30% 넘게 조정된 상태다. LG생활건강(051900) 역시 화장품에 대한 중국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된 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증가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이듬해에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나갈 그룹으로는 현대중공업과 카카오가 꼽혔다. 카카오그룹의 경우 내년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성장세를 이어나갈 IT·콘텐츠 등 계열사들의 잠재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293490)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650억 원으로 올해 대비 157% 증가하며 11개 그룹 소속 계열사들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그룹 조선주들의 턴어라운드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009540)·현대중공업 등이 올해 세웠던 수주 목표 초과 달성에 성공하면서 수주 선박들의 건조가 본격화할 내년에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실적이 살아나는 드라이벌크선 위주의 신조선 투자가 늘어나고 친환경 규제로 오는 2023년에는 폭발적인 교체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포스코는 그룹 전체 이익의 90% 이상 차지하는 POSCO(005490)의 이익 역성장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철강 사업의 물적 분할 후 신사업 투자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기업가치 성장 여부가 달렸다고 지적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철강 중심에서 벗어나 신사업 가치를 별도로 평가받겠다는 목적인데 이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 등 신사업 움직임에 대해 시장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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