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7일 단행한 인사의 특징은 ‘신사업 강화를 위한 세대교체’다. 정몽구 전 명예회장의 가신 그룹이 퇴진하고 그 자리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발탁한 40~50대 임원들이 메웠다. 특히 전장·전기차·자율주행 부문의 젊은 개발자들을 대거 임원으로 발탁한 데는 취임 2년 차를 맞아 신사업 개척을 강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부사장으로 승진한 추교웅(47) 전자담당·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개발자 출신 임원이다. 추 부사장은 지난 2018년 상무로 승진한 후 1년 뒤 전무를 달았고 2년 만에 다시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그는 현대차의 미래 핵심 사업 분야인 전자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을 주도해왔다. 앞으로는 ‘커넥티드카’를 만들기 위한 신규 플랫폼 및 통합제어기 개발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무로 승진한 장웅준(42) 자율주행사업부장 역시 자율주행 관련 성과를 인정받고 파격 발탁됐다. 만 37세에 상무로 승진한 장 전무는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현대차 ADAS(첨단주행보조시스템) 개발 실장을 지낸 후 현재 자율주행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와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 업체인 앱티브의 합작사 ‘모셔널’에서 최고운영책임자(CSO)도 맡고 있다. 장 전무는 내년 서울 도심에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상용화하는 중책을 안고 있다.
김흥수(50)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의 부사장 승진에는 전동화 라인업 구축에 힘을 싣겠다는 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은 제품 라인업 최적화 및 권역별 상품 전략 고도화를 주도해온 인물로 향후 그룹 차원의 미래 기술 확보 및 신사업 추진 역량 내재화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미래 사업 분야 중 하나인 수소 부문에서도 부사장 승진이 이뤄졌다. 현대차 기초선행연구소장·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인 임태원(60)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재료 및 수소연료전지 분야 기술 전문가로, 기초선행연구소장으로서 그룹의 미래 선행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최근 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 겸직을 통해 수소연료전지 사업 총괄 역할도 맡게 된다. 제네시스 최고브랜드전문가(CBO)에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 출신의 그레이엄 러셀 상무를 영입한 것도 눈에 띈다.
아울러 현대차는 ICT혁신본부를 신설하고 NHN에서 영입한 진은숙(53)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NHN의 최고기술경영자(CTO)로 활동한 진 부사장은 데이터, 클라우드, 정보기술(IT) 서비스 플랫폼 개발 전문가다. NHN 재직시 기술 부문을 총괄해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 협업 플랫폼 등 다수의 신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대차에서는 IT 및 소프트웨어 인프라 관련 혁신을 추진하고 개발자 중심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부문에서도 세대교체가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의 디자인경영담당을 맡았던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고문으로 물러난다. 대신 제네시스와 현대차 디자인을 총괄해온 이상엽(52) 현대디자인센터장이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와 현대차 디자인을 이 부사장이, 기아 디자인을 카림 하비브 전무가 담당하는 체제를 갖췄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와 제네시스 디자인을 총괄하며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으며 GV80·GV70 등의 성공적인 출시를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도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연구개발(R&D) 부문에서는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물러나고 박정국 사장이 후임을 맡는다.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된 박 사장은 제품 통합 개발을 통한 성능 향상 및 전동화, 수소 등 미래 기술 개발 가속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미래 지속 가능한 사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인사”라며 “완성차를 비롯한 미래 핵심 사업 분야에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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