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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니켈, 흑연, 그리고 배터리

산업부 김기혁기자





미국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16년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니켈흑연(Nickel-Graphite)’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주요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가 각각 니켈·흑연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에서 일찌감치 원자재의 중요성을 예견한 머스크가 최근 다시 흑연을 업계의 화두로 꺼냈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만큼의 흑연을 공급할 기업이 없다”며 중국산 흑연에 대한 25%의 관세를 면제해달라는 탄원서를 미국 정부에 세 차례나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전 세계 흑연의 70%를 생산한다.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갑(甲)’인 테슬라조차 중국 없이는 전기차를 만들기 어렵고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흑연은 물론 리튬·니켈·코발트 등 다른 원자재도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리튬의 가격 상승률은 무려 240%에 달한다. 과거 머스크는 리튬에 대해 “샐러드에 뿌려진 소금”처럼 흔하다고 말했지만 넘쳐나는 수요가 가격 급등세를 불렀다.



문제는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이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코발트는 전 세계 생산량의 70%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오는데 이곳 채굴의 70%를 중국 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K배터리의 미래도 중국의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고 얼마나 지속 가능한 원자재 조달 체계를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기술력과 투자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를 취약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원 빈국’인 한국에서 기업의 원자재 확보를 위해 우리 정부의 외교적·정책적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리튬 등 핵심 광물을 자국에서도 친환경적으로 채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배터리 산업의 밸류체인에 대해 다각적으로 살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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