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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기술·노하우 구합니다"…기업들 정년 없애고 퇴직자 재채용

■변화의 바람 부는 중장년 고용시장

'나이' 아닌 '직무 능력' 최우선

중장년 고용 연장하는 기업 늘어

OECD 중 고령화 가장 빠른 韓

생산가능인력 감소 해결 열쇠로

정부도 장려금 확대 등 팔걷어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퇴직한 후 디피코에 재취업한 근로자 A(오른쪽) 씨가 회사 청년 근로자에게 부품 조립과 관련한 노하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디피코




# 강원도 횡성에 소재한 초소형 전기 화물차 제조 업체 디피코는 ‘포트로’라는 초소형 전기 화물차를 만든다. 이 회사는 정년 제도가 없다. 전체 직원의 10%가 60세 이상 근로자인데 이 가운데 절반이 올해 채용됐다. 대부분 기아차·한국GM 등 완성차 업체 출신의 퇴직자들이다. 이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서도 계속 일할 수 있는 것은 디피코라는 사업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지난 1998년 엔지니어링 회사로 시작한 디피코는 사세를 확장해오다 초소형 전기 화물차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5월 생산 공장이 준공되면서 즉각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숙련 기술자들이 필요했다. 완성차 업체에서 수십 년간 내공을 쌓은 퇴직자들이 적격이었다.

# 견과류 가공·판매 업체인 OO농산은 최근 정년을 없앴다. 2001년 설립 당시에는 여느 회사처럼 정년 제도를 도입했지만 회사의 특성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매장에서 판촉하는 일은 제품에 대한 지식은 물론 판매 경험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년이 됐다는 이유로 회사를 퇴직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회사의 영업 경쟁력도 훼손됐다. 회사는 고민 끝에 지난해 60세 정년 제도를 페지하고 60세에 도달한 근로자 9명에 대해서 고용을 연장했다.

중장년 고용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이 사업장 특성에 맞게 정년 제도를 없애거나 퇴직한 숙련 근로자들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중장년의 고용을 연장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 같은 고용 연장이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류경희 디피코 인사담당 본부장은 “완성차 업체에서 퇴직한 후 우리 회사에 재취업한 근로자들은 모두 60세 이상이지만 그들의 기술과 노하우 덕에 짧은 시간에 공장이 안정화될 수 있었다”면서 “회사는 숙련된 근로자의 경력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근로자는 퇴직한 후 재취업해 일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인 만큼 정년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최정민 OO농산 이사도 “일정 나이가 됐다는 이유로 퇴직자가 발생하면 회사는 새로운 인력을 채용해 다시 교육해야 한다”면서 “회사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정년 폐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나이’가 아닌 ‘직무 능력’에 따라 중장년 고용을 연장하는 기업들의 시도는 우리나라가 현재 맞닥뜨린 고령화와 생산 가능 인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오는 2025년에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반면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2018년 정점을 찍은 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령화는 노인 부양 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해 경제성장과 공공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하는 나이’인 생산 가능 인구 기준을 15~64세에서 15~69세로 올리는 방안까지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중장년 일자리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영민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대 갈등 이슈 때문에 정부가 중장년 일자리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는 어렵겠지만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국가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법정 정년 연장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업들이 개별 특성에 맞게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을 연장하는 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중장년 일자리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는 기업에 지급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확대와 고령자 고용 환경 개선 지원을 통해 근로자들이 주된 일자리에 계속 고용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은 정년에 도달한 재직 노동자를 정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고용하는 제도를 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 명시적으로 도입하면 근로자 1인당 연 360만 원을 최대 2년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아울러 재취업 지원 서비스와 신중년 일자리 지원을 확대하고 직무 중심 임금 체계를 확산시키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김영중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주요 과제는 노동시장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계속 고용 제도 도입에 대한 기업 부담을 완화가기 위해 앞으로도 장려금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고령 친화적 고용 환경 개선 지원, 고용 지원 서비스 강화 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혜선·서민우기자 doer0125@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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