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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조회 연 550만건인데...남용 방지법은 '하세월'

공수처 '묻지마 사찰' 일파만파

국민 10%가 영장없이 정보 털려

법조계 등 "입법 개선" 지적에도

수사당국 "수사에 차질" 반대 속

국회는 법안 발의·폐기 되풀이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자·민간인 등을 겨냥해 통신 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묻지마 사찰’ 논란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수사 관행으로 이뤄지는 통신 자료 조회가 한 해 수백만 건에 이르고 있으나 수사기관의 반대와 국회의 무관심 속에 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무차별 통신 자료 조회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터질 게 터진’ 만큼 사법권 남용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입법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과 경찰·국정원 등에 제공된 통신 자료 건수는 전화번호 수를 기준으로 총 548만 4,917건에 이른다. 국민 10명 중 1명은 수사기관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가 털린 셈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라 이동통신사는 통신 자료를 법원 영장 없이도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이를 고지할 의무는 없어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실정이다.

2016년부터 통신 조회에 대한 헌법 소원을 대리하고 있는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수사기관들은 형사사법 정보 시스템인 ‘킥스’를 통해 손쉽게 통신 자료를 제공 받을 뿐 이통사엔 요청 사유와 고객과의 연관성을 제시하지 않는다”며 “정당한 범위 내에서 통신 자료를 가져갔는지 여부는 수사기관만 알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임규철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수사기관이 나의 통신 자료를 언제나 볼 수 있다는 공포심이 생겨나면 스스로를 검열하는 ‘칠링 이펙트(위축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영장이 있어야 통신 자료 제공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더라도 현행 법원 시스템하에서는 영장 발부에 큰 시간이 소요되지 않기에 수사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줄줄이 폐기되거나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9월 주승용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통신 자료 요청을 법원 허가에 따라 받도록 하고, 이용자에 대한 통지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전기통신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20대 국회가 막을 내리며 폐기됐다. 같은 해 8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통신 자료를 통신비밀보호법 규율 대상으로 넘기고, 통신 자료 제공 절차 등을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동일하게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바꾸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 폐기되는 운명에 놓였다. 21대 국회에서도 11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이달 같은 당 강대식 의원이 각각 수사기관에 통신 자료 제공 시 이용자에게 통지하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국회 관계자는 “수사 당국은 법 개정이 이뤄지면 수사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때문에 매 회기 관련 법이 발의돼도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가 회기가 끝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경찰청은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통신 자료 확보 사실이 대상에게 알려지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공범 수사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 “불필요한 불안감 조성과 막대한 예산 소요 및 업무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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