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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혁 "가장 좋아하는 쇼팽곡으로 우승 감사할 따름"

아니마토콩쿠르 우승…쇼팽곡만으로 경연 진행

쇼팽 콩쿠르 결선 이후 연이어 쇼팽 레퍼토리로

"인생 녹아든 쇼팽 작품 애착…우승 더 기쁘다"

체스와 프로그래밍 푹 빠진 활달한 20대 청년

"외국 은행서 프로그램 스카우트 제안해 신기"

韓 관객 응원에 늘 감사…내년 3월 서울서 공연

피아니스트 이혁/에투알클래식




지난 7일 프랑스 파리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피아니스트 이혁이 현지에서 열린 제17회 아니마토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었다. 아니마토 콩쿠르는 프랑스 예술법인 아니마토 협회가 저명 피아니스트와 교육자의 추천을 받아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주요 피아노 대회 입상자들을 모아 독주회 방식으로 경연하는 대회로 올해는 쇼팽 작품으로만 경연을 진행했다. 파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현재 폴란드 바르샤바에 머물고 있는 이혁은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장 사랑하는 레퍼토리(쇼팽 작품)로 우승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혁’과 ‘쇼팽’ 하면 많은 이들이 지난 10월 폴란드에서 열린 제18회 쇼팽 콩쿠르를 떠올린다. 이혁은 최종 입상자 명단엔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결선에 올라 남다른 해석과 연주를 선보였다. 대회를 준비하며 쇼팽의 일대기부터 작품 세계까지 세세하게 공부한 그이기에 뒤이어 참가한 아니마토 콩쿠르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혁은 아니마토 협회로부터 올 7월 콩쿠르 참가 의향을 묻는 연락을 받았다. 쇼팽 콩쿠르 예선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협회에서 제 예선 연주를 듣고 추천을 했다고 들었어요. 쇼팽 콩쿠르 일정이 어찌 될지 몰라 바로 답변을 못 했는데, 감사하게도 아니마토에서 콩쿠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셨죠.” 연달아 두 개 콩쿠르에서 쇼팽 곡으로 실력을 겨룬 그는 “인간의 인생 전반과 행복, 기쁨, 슬픔, 용기 등의 감정이 오롯이 담겼기에 특별히 쇼팽 레퍼토리를 좋아한다”며 “그의 작품으로 경연에 임하고, (아니마토에서) 우승까지 해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이혁/에투알클래식




콩쿠르는 전 세계 실력파 연주자들이 입상을 걸고 펼치는 ‘피 말리는 전투’이기도 하다. 이혁은 그러나 “내 이름이 꼭 불려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콩쿠르가 물론 경연이지만, 나는 연주회와 다를 바 없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무대에 오른다”며 “뭐가 됐든 관객에 곡의 감동을 선사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기에 상에 연연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악기 앞을 벗어나면 체스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푹 빠진 평범한 21세 청년이다. 사실 취미라고 하기엔 실력이 그 이상이다. 2017년엔 모스크바 오픈 체스 토너먼트에 출전했고, 독학으로 배운 프로그래밍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최근엔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고 외국의 한 은행 관계자가 스카우트를 제안해 왔다. “2013년에 관련 사이트에 제가 만든 프로그램을 올렸고 한참을 잊고 지냈어요. 그런데 최근에 은행 쪽에서 ‘연봉 얼마에 우리와 함께 일하자’는 메일을 보내와 깜짝 놀랐죠. 제 직업을 이야기하며 정중하게 거절했는데 정말 신기했어요.(웃음)”

이혁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피아노와 함께 바이올린 연주를 병행해 왔다. 지금은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이 많지만, 언젠간 바이올리니스트로도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내년 3월 16일 서울에서 피아노 솔로 리사이틀을 여는 그에게 ‘깜짝 바이올린 연주를 기대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좋은 생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이혁의 내년은 유럽과 러시아, 일본 등에서의 연주회로 이미 달력이 꽉 찼다. 모든 무대가 소중하지만, 3월 서울 공연은 더욱 특별하다. “쇼팽 콩쿠르 때 많은 분이 유튜브를 통해 응원을 보내주신 것을 알아요. 그 마음이 제겐 부담 아닌, 대회를 즐기며 치를 힘이 됐어요.” 그 감사의 마음을 담은 무대이기에 연주자도, 관객도 기다리는 시간이다.

3세에 음악을 시작한 그는 ‘신동’을 지나 ‘천재 소년’을 거쳐 이제 ‘명연주자’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 길에서 늘 마음에 새기는 다짐은 ‘겸손’이다. 이혁은 “연주자는 작곡가의 대변인 같은 존재”라며 “작곡가가 의도한 바를 충실히 전하면서 나만의 해석에 빠지지 않는 겸손한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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