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칠레에서 좌파 학생 운동가 출신인 35세의 가브리엘 보리치(사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가 사적 연금 전격 폐지, 광물 기업 국유화 같은 다소 과격한 공약을 내걸었음에도 보수 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젊은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준 것이 승리 요인으로 꼽혔다. 보리치의 당선이 내년 브라질·콜롬비아 등 다른 남미 국가 대선에서 좌파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리치 당선인은 19일(현지 시간)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약 56%를 얻어 당선됐다. 그와 맞붙은 공화당 소속인 극우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는 44%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앞서 지난달 1차 투표에서 카스트가 27.9%, 보리치가 25.8%로 각각 1, 2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보리치는 내년 3월 취임해 칠레 최연소 대통령으로서 4년 임기를 시작한다.
보리치는 20대 시절인 지난 2011년 학생 수천 명을 이끌고 ‘저소득층 학생에게 대학 등록금을 무상 지원하라’고 요구하며 유명해졌다. 이후 2013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치 무대에 데뷔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그는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 국영 리튬 회사 설립, 민간 연금 제도 해체 등 좌파 공약을 내세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9년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정부에 대한 반감이 폭발했고 이번 선거에서 젊은 도시 유권자들이 보리치에게 표를 몰아줬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유세 도중 “칠레를 신자유주의의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남미에서 시장친화적 국가로 분류되는 칠레의 ‘좌클릭’에 “시장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됐다”는 우려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남미 페루와 중미 온두라스에 이어 칠레에서도 좌파가 집권했다며 내년 콜롬비아·브라질 대선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브라질에서는 전직 대통령이자 좌파 거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 콜롬비아에서는 역시 좌파 진영의 구스타보 페트로가 각각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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