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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SK 최태원… 실트론 부당 인수 과징금 '8억원'

이사회 의결 없어 '사업기회 제공' 인정됐으나

법 위반금액 산정 어려워 낮은 과징금 부과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15 hihong@yna.co.kr (끝)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SK㈜로부터 부당하게 사업기회를 제공받아 과징금 8억 원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가 특수관계인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6억 원(SK㈜ 8억 원, 최 회장 8억 원)을 부과한다고 22일 밝혔다. 공정위는 “SK㈜가 실트론의 주식 70.6%를 취득한 후 잔여주식 29.4%를 취득하면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음에도 최 회장이 이를 취득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수기회를 합리적 사유 없이 포기하고 최 회장의 잔여주식 취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사업기회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SK㈜가 밀접한 사업관련성이 있으면서도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최 회장에게 넘겼는지 등 각 쟁점과 관련해 위법성을 인정했다. 특히 우리은행 측의 잔여주식 매각이 공개경쟁 입찰로 진행되긴 했지만 SK㈜는 입찰 절차에서 상당한 재량한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측과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다. 또 최 회장 개인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입찰 참여부터 최종 주식매매계약 체결까지 전 과정에서 SK㈜의 비서실, 재무, 법무담당 임·직원이 거래를 지원하도록 했다. SK㈜는 최 회장이 입찰에서 유리한 지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잠재 인수후보자들의 실트론 실사 요청, 투자 엑싯을 위한 주주 간 협약 체결 등을 일관되게 거절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SK㈜는 사업기회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SK㈜는 자신의 사업기회를 대표이사이자 지배주주가 취득하려 하는 이익충돌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두 차례 보고되긴 했으나 이는 사후적으로 이뤄졌고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보고’ 형태였다는 점에서 이사회 승인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SK㈜가 사업기회 취득에 따른 경제상 추가 이익, 외국 전략적투자자(SI)가 인수할 가능성과 그에 따른 영향, 협상력 강화로 더 유리한 인수조건 확보 가능성, 실트론 경영에 미칠 영향 등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최 회장에게 약 1,967억 원의 부당이익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지난해 말 기준). 이는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최 회장이 취득한 주식 가치의 상승분을 추산한 것이다. SK㈜가 실트론 경영권 인수 후 회사 가치 증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실행하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결과 영업실적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에 최 회장은 보유 주식을 매각하면 지분율만큼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익 규모와 비교해 과징금 총 16억 원이라는 제재의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SK실트론 주식 가치가 올랐지만 미실현이익으로 남아 있어 법 위반금액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업기회를 제공 받은 객체의 매출액을 산정할 수도 있지만 자연인인 최 회장의 매출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20억 원 한도 내 정액과징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주식 취득 기회 등으로 사업기회를 제공한 경우 법 위반금액을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연인인 특수관계인이 사업기회를 제공받은 경우 등 사업기회 제공 객체의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출을 산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이와 관련해 SK㈜ 측은 “의결서를 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방침”이라며 “이번 일로 국민과 회사 구성원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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