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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으로 나간 'K콘텐츠'… 우주 SF드라마에 도전하다

■24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달 탐사기지 내 샘플 회수 투입된 탐사대

미스터리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SF스릴러

시각효과 돋보여… 연출 긴장감은 아쉬움


달에 불시착한 착륙선에서 승무원들이 혼란 속에 힘겹게 빠져나온다. 탈출 직후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착륙선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기지까지 이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달 표면을 걷는 사람들의 사용 언어가 너무나 익숙하다. 우리말, 한국어다.

그간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달을 무대로 한 우주 SF물 드라마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고요의 바다’가 24일 베일을 벗었다. 지난 2014년 나왔던 동명의 단편 영화를 원작으로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넷플릭스의 자본과 국내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이 만난 드라마는 해외 작품에 뒤지지 않는 때깔과 ‘에일리언’ 등 과거 SF 걸작에 대한 오마주, 묵직한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드라마는 21세기 중후반,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물 부족이 심해지면서 급수 능력이 계급을 결정 짓는 사회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방사능 누출사고로 폐쇄된 달 탐사기지 ‘발해기지’ 내 중요한 샘플을 회수하는 특수 작전에 투입된 탐사대원들이다. 이들은 살아 돌아올 확률이 10%도 안 되는 위험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발해기지 사고로 친언니를 잃은 우주생물학자 송지안(배두나 분)은 작전 참여를 제안 받고 합류하지만 기지 안에서 그의 관심은 샘플 수거 외에 다른 곳에도 향해 있다. 기지의 모든 것이 저장된 기록을 찾아 그 안에서 언니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 탐사대장 한윤재(공유 분)는 정해진 임무 수행에만 관심이 있는 깐깐한 원칙주의자다. 작전이 벽에 부딪힌 상황에서도 샘플 수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송지안과 계속 충돌한다.



이들과 함께 수석엔지니어 류태석(이준 분), 팀닥터 홍닥(김선영 분), 보안팀장 공수혁(이무생 분), 우주선 조종사 김썬(이성욱 분) 등이 탐사대를 꾸린다. 이들은 기지 내 사인을 알 수 없는 시신과 미확인 생체신호 등 각종 미스터리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이어 몇몇 대원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는 시점부터 우주공간이란 미지의 공간에 기반한 SF스릴러·호러의 면모를 드러낸다.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 등 걸작 SF영화의 영향이 느껴지는 동시에 오마주도 눈에 띈다.

‘고요의 바다’의 강점은 우주 SF물에 걸맞은 수준의 시각효과다. 극 초반 등장하는 광활한 달의 표면과 불시착한 착륙선, 송지안이 추락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멀리서 비출 때 선사하는 위압감이 상당할 뿐 아니라 현실감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주무대가 되는 기지의 디자인도 매우 사실적이며, 대원들이 달로 출발하기 전 물이 말라버린 한강의 황폐한 모습도 스펙터클하면서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제작진은 달 표면과 우주선, 발해기지 세트 등을 구현하기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이용한 버추얼 프로덕션 기법 등 첨단 VFX 기술을 총동원했다. 최항용 감독은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은 세트가 있었고, 배우들이 진짜라고 느끼고 몰입할 수 있도록 질감이나 무게 디테일한 부분을 미술 감독님과 상의해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경 파괴로 생존의 위협에 맞닥뜨린 시대 배경에서부터 무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탐사대 자문위원으로 나오는 황 차장(유성주 분)이 “우린 후세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라며 한탄하는 장면은 기후위기에 맞닥뜨린 현대사회에도 시사점을 남긴다. 최 감독은 “작품의 규모가 커진 만큼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주고 싶었다”며 “자원이 부족해진 지구의 환경과 거기서 살아가는 인간을 보여줌으로써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다룬 이야기를 던져주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극이 전개될수록 생존을 위한 인간의 욕심이 파국을 부르는 모습, 특정한 사건이 연상되는 전반적 은유도 전해진다.

다만 우주공간을 현실감 있게 구현한 것과는 별개로 미지의 공간에 남겨진 이들의 공포감과 긴장감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 점이 아쉽다. 초반 불시착한 대원들이 기지에 도착할 때나 기지 내 위험한 공간을 이동하는 장면에서 긴박감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송지안이 기지를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나 한윤재가 작전에 집착하는 이유 등의 설득력은 중반부에 가서야 드러나곤 한다. 극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부각되는 시점이 다소 늦은 감이 있기도 하다.



한편 ‘고요의 바다’는 지난 8월부터 잇따라 나온 ‘D.P’,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지옥’을 잇는 넷플릭스의 대작 오리지널 시리즈로, 글로벌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마더’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이번 작품의 각본을 맡은 박은교 작가는 그는 “‘한국적인 걸 심어야지’ 하고 접근하는 창작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도 모르게 갖고 있는 환경과 기질이 다른 나라의 작품에 비해 뜨겁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콘텐츠만의 특징으로 예쁘게 봐주면 즐거운 일인데 그런 걸 의도하면서 한 적은 없고, 주목받고 관심 가져줘서 감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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