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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대 찾기는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선택'…새 행동 수리모델 제시

UNIST 권오상·정동일 교수, 순차 의사결정상황서 행동 비합리성 설명하는 수리모델 제시

기준값 보다 낮으면 만족도 음수·개인 만족 극대화하는 주관적 합리성

주관적 합리성 모델의 개요와 실험 결과. /그림제공=UNIST




현재의 연인과 결혼해야하나 아니면 더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할까? 직원고용, 배우자 선택, 주택 구입과 같이 중요한 의사결정 상황은 공통점이 있다. 미래에 가능할 수 있는 선택지를 모른 채 현재 주어진 선택지에 대한 판단을 제한된 기간 내에 해야 한다.

이렇게 제한적인 정보와 시간이 주어졌을 때 사람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인간이 어떻게 미래의 기회를 고려해 현재의 판단을 내리는지’는 많은 연구들이 주목하고 있는 질문이다. 비서문제라고 불리는 순차적 의사결정 과제는 이를 연구하기 위한 전형적인 과제다. 기존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의 선택 행동이 수학적으로 계산 가능한 최적의 선택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순차적 의사결정 상황에서 왜 사람들이 소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보이지 않는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어떤 계산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울산과학대학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권오상·정동일 교수팀은 제한적 순차 의사결정상황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행동 수리모델을 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사람들이 왜 확률에 기반해 계산된 객관적 값보다 더 높은 기대치를 갖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모델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모델은 제시된 선택지가 개인의 주관적 눈높이보다 높을 경우에는 효용(만족)이 양수가 되지만, 이 기준보다 낮으면 효용 자체가 음수가 된다. 사람들이 주관적인 눈높이로 이익과 손실을 다르게 평가한다는 행동 경제학 이론에서 착안해 이와 같은 수리계산 모델을 만들었다.

새로운 수리계산 모델링은 연구팀의 실험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비합리적 의사결정 패턴을 잘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111명의 건강한 실험 참가자들이 비서문제라 불리는 의사결정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의 선택 패턴을 분석해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실험은 화면에 하나씩 나타나는 0과 150 사이의 숫자를 본 후 수락 또는 거절을 선택하는 간단한 과제였다. 해당 숫자를 거절하면 다음 숫자가 제시되지만 수락한다면 그 숫자가 실험 보상에 더해지고 해당 라운드는 종료된다. 각 라운드에서 숫자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섯 번으로 한정돼 있었고 거절해서 지나간 숫자는 다시 수락 할 수 없었다. 다음 숫자에 대한 정보 없이 주어진 기회 내에서 하나의 숫자를 수락해야하며, 여러 라운드를 통해 수락된 숫자들의 총합이 실험 참가비로 지급됐다.

실험결과 사람들의 기대치는 여타 연구의 실험 결과처럼 확률로 계산된 객관적 최적값보다 더 높았다. 각 회차 초반에는 큰 숫자가 나오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눈높이가 높다가 기회가 점차 소진될수록 눈높이가 낮아지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 때 그 눈높이가 떨어지는 정도가 객관적으로 계산한 기대치 변화보다 더 완만한 것이다.

반면 주관적 합리성이 반영된 모델은 이러한 변화의 패턴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실험참가자들은 단순히 수학적으로 계산된 최적값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감을 극대화 하는 선택을 한다는 의미다. 확률적 이익을 최대화하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으로는 비합리적으로 여겨지지만, 개인의 만족감이라는 주관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합리적이다.



권오상 교수는 “경제학 전망이론의 주관적 효용 함수를 순차적 의사결정의 최적화 모형에 적용하면 그간 비합리적으로 여겨졌던 순차적 의사결정 행동을 별다른 가정을 추가하지 않고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모델은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서는 피실험자의 기대치가 수학적으로 계산된 최적값보다 더 완만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잘 설명했다. 총 5번의 선택 기회 중 4번째 기회와 총 2번의 선택 기회 중 첫 번째 기회가 갖는 수학적 최적값은 같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선택 기회가 더 많을수록 참여자의 기대치가 덜 떨어지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기존 수리 모델로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다.

또 이 같은 수리모델을 실증하기 위한 피실험자의 동공을 측정하는 실험도 했다. 실제로 개인의 주관적 눈높이에 가까운 숫자가 제시되면 동공의 크기 변화가 강하게 나타났으며, 주관적 만족감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이 변화의 폭이 더 컸다. 이는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주관적 합리성 모델이 실제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과정을 잘 모사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신경생리학적 증거다.

정동일 교수는 “주관적 합리성 모델은 뇌에서 일어나는 주관적 가치평가 과정과 잘못 형성된 개인의 가치 기준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약물 중독과 같은 충동적 의사결정, 의사결정지연장애와 같은 행동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 과정은 단순히 행동 패턴을 관찰하는 것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계산 수리모델링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접근법으로, 의사결정 때 뇌 속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인과 관계를 수학적 함수로 설명한다. 특히 계산 수리모델링은 개인별 정보처리과정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이번 연구는 계산분석 생물학지인 플로스 계산생물학(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12월 16일자로 공개됐다.

새로운 행동 수리모델을 제신한 UNIST 정동일(왼쪽부터) 교수, 선희영 연구원(공동 제1저자), 권오상 교수. /사진제공=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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