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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국민의 작은 소망에 부응해야 할 정치권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팍팍한 살림살이 근심 커졌지만

"새해엔 삶의 질 개선" 기대감도

여야·대선 후보는 포퓰리즘 아닌

민생 중심 책임있는 정치 펼쳐야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신년이 밝았다. 말이 신년이지 나라 안팎이 온통 어수선하니 해가 바뀌어도 별 감흥이 없다. 호랑이해가 되면서 각양각색의 범 디자인을 담은 익살스러운 모바일 메신저 인사말이 오갔던 것을 빼면 필시 우리 국민은 지난해 물었던 똑같은 질문을 신년에도 던질 것이고 지난해에 품었던 똑같은 걱정을 신년에도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신년에는 후보자 흠결이나 가족 문제만 들춰내는 폭로전보다는 내 삶에 보탬이 되는 정책 대결로 대통령 선거전이 좀 바뀌려나, 새 대통령이 뽑히면 이제는 팍팍한 내 삶이 나아질까 등의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번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국민은 가족 중 한 사람에게 위중한 질환이 생기면 병원에서 치료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것이다. 또 집값이나 전셋값은 잡힐지, 은행에서 돈 빌리는 형편은 좀 나아질지도 걱정일 것이다. 유치원부터 시작해 각급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들을 학교에 믿고 보내도 될지 걱정이고, 고3 올라가는 자녀를 둔 부모는 대면 수업 여부 등 교육부의 발표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가 바뀌었다고 크게 나아질 것이 없겠지만 각종 조사 속의 우리 국민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새해에 대해 자그마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5~28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면접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무려 56%가 2022년도 2021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런데 자신의 살림살이가 지난해에 비해 신년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조사 대상자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조사 대상자보다 3%포인트 많은 것으로 나타나 흥미롭다(좋아지리라는 응답 23%, 나빠지리라는 응답 20%). 참고로 2018·2019·2020년의 신년 전망 면접 조사에서는 더 나빠지리라는 응답 비율이 더 좋아지리라는 응답 비율보다 각각 30%, 17%, 22%나 더 많았다. 지난 몇 년에 비해 2021년 말의 신년 전망 면접 조사는 전년보다는 금년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자그마하지만 소중한 기대감을 수치로 보여준다.



그런데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기간이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기간과 겹치고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이어서 그 후에 어떤 변화는 혹시 없을까 해서 다른 조사 결과도 찾아봤다. 흥미롭게도 여전히 국민 여론은 지난해보다 다가올 신년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24~27일 웹을 통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1년과 비교했을 때 2022년에는 자신의 삶이 어떨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7%가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가운데 신년이 전년에 비해 더 나쁠 것이라는 응답자(22%)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자(41%)가 19%포인트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년과 신년을 두고 한국의 상황을 전망하는 질문에서도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자가 33%를 차지하는 가운데 신년의 한국이 전년의 한국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자 비율(36%)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31%)의 비율보다 5%포인트 더 많게 나왔다. 한국갤럽과 한국리서치의 이러한 조사 결과는 지그재그로 가더라도 신년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든 나아지면서 삶의 팍팍함도 좀 덜해지고 개인의 살림살이 형편도 좀 나아질 것이라는 작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두고 볼 때 정치권은 새로운 각오로 우리 국민의 이러한 자그마한 소망의 싹을 잘 키워나가야 한다. 아직 오지 않는 미래(未來)의 어떤 것이 아예 오는 것이 없을 무래(無來)의 상황보다 차라리 못하다거나 도긴개긴이라면 정치와 정당, 그리고 선거는 처음부터 설 자리가 없다. 이런 성찰이 있다면 대선 정국에 임하는 각 정당과 대선 후보의 임무는 무엇보다도 민생을 우선시하는 실사구시적 태도로 이러한 국민의 자그마한 소망의 싹을 계속 키워나가는 책임 있는 정치를 펼치는 것이다. 그리고 대선 정국의 다른 한 축에 서 있는 우리 국민의 과제는 민생만능주의의 외피를 쓴 포퓰리즘과 획일주의를 경계하면서 대국민 고문으로 끝날 희망과 국민의 참여를 유도할 희망을 구분하면서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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