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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텅빈 뉴욕…'구인난' 버스운전사에 6,000달러 취업 보너스도

■김영필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첼시 등 젊음의 거리 감염 대확산

관광객커녕 인적 드물어 을씨년

개관 한달 제네시스하우스 휴관

애플·구글매장도 고객발길 끊겨

시민들 "결국 이겨낼것" 기대감도

1일(현지 시간) 기자가 찾은 제네시스하우스 뉴욕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 1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첼시마켓 인근에 자리한 복합 문화 공간 제네시스하우스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밖에서 볼 수 있던 제네시스 차량의 윤곽도 블라인드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함께 한국 문화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11월 19일 문을 연 뒤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지난달 말께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제네시스하우스 측은 “직원 검사와 시설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다시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주변 상황도 비슷했다. 이날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첼시부터 미트패킹디스트릭트를 거쳐 그리니치빌리지까지 걸어보니 한두 블록을 지나야 겨우 행인을 만날 수 있었다. 새해 첫날이기는 하지만 관광객들조차 찾기 어려웠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이나 일부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을 뿐 텅 빈 도시 같았다.

전날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신년맞이 ‘볼 드롭’ 행사 관람 구역에 약 1만 5,000명이 입장하고 전체적인 규모만 줄었을 뿐 예전의 열기를 보여줬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길거리에서 만난 에이미라는 이름의 여성은 “개를 산책시키기 위해 매일 나오고 있지만 외부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아무래도 걱정이 된다”며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 제1의 도시 뉴욕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오미크론 증상이 델타보다 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경제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1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의 그리니치빌리지 크리스토퍼스트리트역 주변. 코로나19 확산 속에 관광객조차 찾기 어려워 을씨년스럽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이날 기자가 찾은 애플스토어 첼시점은 불 켜진 매장 안에 직원 한 명만이 물건을 수령하려 오는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고객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문을 열고 나와 제품을 전달해주는 식이다. 지난달 말부터 애플이 5번가에 있는 점포를 포함해 11개 매장의 문을 닫은 탓이다. 길 건너 구글스토어도 고객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30년 넘게 뉴욕에 살았다는 한 택시 기사는 “파티도 많이 취소되고 사람도 적어 연말연시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며 “지난해 사람들이 백신을 맞이 많은 후에 상당히 괜찮아졌었는데 새 변이 얘기가 나오고 다시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씁쓸해했다.

실제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맨해튼의 문화·예술 중심지인 그리니치빌리지와 첼시 등을 중심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퍼지면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다. NBC 뉴욕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그리니치빌리지는 10만 명당 확진자 수가 2,927명에 달해 한때 미국 전체에서 신규 환자가 가장 많은 지역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 이들 지역뿐 아니라 뉴욕시(NYC) 전역은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폭증세를 보이면서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10만 명당 525명)와 뉴저지에식스카운티(412명) 등에 이어 최근 7일 평균 새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곳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렇다 보니 뉴욕시 내 주요 학교들이 속속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고 있고 뉴저지 한인 교회들도 현장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 뉴저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뉴욕이 저러니 뉴저지도 시간문제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1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 주변 거리가 행인이 보이지 않을 만큼 썰렁하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실외 마스크 착용 인원도 크게 늘었다. 당초 지난해 여름만 해도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80~90%로 되레 쓴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야외에서도 최소 60~70% 정도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겨울철 독감과 겹치면서 최대한 더 조심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한 시민은 “연말 휴가와 신년맞이 행사 다음에 회사나 매장에 복귀하는 이들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가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로 기상 악화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직원 구인난에 1만 3,700여 건의 항공편이 결항됐다고 밝혔다. 이날도 2,600편이 취소됐다. 시카고 외에 뉴저지 뉴어크, 뉴욕 JFK공항 등에서 수천 편이 취소 또는 지연되는 일이 벌어졌다.

구인난은 지상 교통도 마찬가지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뉴저지 트랜싯(NJ Transit)은 신규 버스 운전기사에게 최대 6,000달러(약 714만 원)의 취업 보너스를 주고 있다. 운전사로 취업하지 않아도 상업용 운전면허만 있으면 3,000달러를 준다. 최대한 운전 가능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코로나19로 교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영유아 대상 프리스쿨도 수업료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 수차례 올렸음에도 신년부터 주당 4달러씩 수업료를 추가로 인상한 곳도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력난→임금 인상→가격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불안감에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이 많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1월에 오미크론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한 만큼 이달만 잘 넘기면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지난해 미국에서 5억 8,000만 명이 항공기를 이용했는데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에 비하면 여전히 30%가량 적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79%나 증가한 수치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틸로는 “다섯 살 아이에게 첫 번째 백신을 맞혔지만 아직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해 불안감이 적지 않다”면서도 “마스크를 잘 쓰고 조심하면 외부 활동이나 식사도 문제없다고 본다. 지난해 델타 변이 때도 그랬지만 결국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뉴욕시장의 의지도 그렇다. 에릭 애덤스 신임 뉴욕시장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의 지배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브로드웨이 공연을 즐기고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며 사무실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의 도시가 우리 것이라는 자신감의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도 뉴욕은 문을 닫지 않는다”며 “뉴욕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보다 강하기 때문에 여전히 문을 열고 살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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