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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한방울로 질병 진단'…결국 사기꾼으로 몰락한 '여자 잡스'

엘리자베스 홈즈(왼쪽) 테라노스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가 3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은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피 한 방울로 무려 250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던 미국 기업의 혁신 기술은 결국 ‘사기’로 판명됐다.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3일(현지 시간) 엘리자베스 홈즈(37) 테라노스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가 받은 사기, 공모 등 11개 혐의 가운데 4개를 유죄로 평결했다. 그러나 이번 결과가 ‘가짜 혁신 벤처’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계기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도 동시에 제기된다. 지금도 검증을 거치지 못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자금이 대거 몰리는 것이 현실이라는 얘기다.

“기술 부풀려 거액 투자금 사취”


이날 외신에 따르면 배심원단은 홈즈가 이익을 사취하기 위해 실제보다 기술을 부풀렸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미 교육부 장관 출신인 벳시 디보스 일가로부터 받은 1억달러를 포함해 PFM 헬스케어 사이언스 펀드(3,800만달러), 부동산 변호사(600만달러) 등 홈즈가 ‘거액 투자’를 받은 것도 사기죄가 된다고 봤다. 테라노스 투자자들한테 사기를 치기 위해 관련자들과 공모를 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반면 테라노스 기술에 돈을 지불한 환자 대상 사기 공모 혐의, 부정확한 검사 결과를 받은 환자에 대한 사기 등 총 3건은 무죄 평결을 받았다. 이밖에 배심원단은 1개 혐의는 기각했고, 나머지 3개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법원은 평결을 토대로 조만간 1심 선고를 내리게 된다. 평결에 따르면 홈즈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홈즈 측 대리인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기술 대신 ‘이미지’가 만든 실리콘밸리 슈퍼스타


만 19살이었던 2003년 테라노스를 창업한 홈즈는 혈액 한방울로 250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그에게는 순식간에 ‘제2의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 명문 스탠퍼드대 중퇴 이력과 중저음의 목소리, 금발의 미모, 터틀넥을 즐겨 입는 것도 그의 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 기술이 아니라 ‘이미지’가 홈즈를 실리콘밸리 슈퍼스타로 밀어 올린 셈이다.

그러나 이후 ‘테라노스의 혈액 진단 기술은 사기에 가깝다’는 내부 고발이 터져 나왔다. 혈액으로 실제 판별할 수 있는 질병은 십 여 개에 그쳐 테라노스가 장담한 250개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의 탐사 보도로 사기의 전모가 밝혀졌고, 홈즈는 결국 2018년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이 희대의 ‘사기극’은 곧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홈즈 재판이 주는 교훈? 투자자, 창업자 아랑곳 않을 것”


홈즈 재판을 계기로 벤처 스타트업에 대한 검증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크지만, 이미 ‘이상 과열’ 상태인 벤처 투자 시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 역시 크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930억달러(약 약 111조원)로 집계됐다. 전년인 2020년에 비하면 2배, 2016년보다는 3배가 늘었다. 팬데믹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벤처 투자 시장에 넘쳐 흘렀다. WSJ는 “투자를 받은 초기 스타트업 일부는 상품이나 직원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2016년 수소 트럭을 완성했다며 유튜브에 홍보 영상을 올렸지만 실은 ‘언덕에서 트럭을 굴려’ 차를 작동시켰다는 ‘제2의 테슬라’ 니콜라의 사례도 테라노스 사태와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블룸버그는 “(시장 과열 상황에서) 벤처 투자자들이 테라노스 재판으로부터 얻은 교훈은 없다”고 논평했다. 미국 벤처 업계 관계자는 “(테라노스 재판으로) 투자자와 창업자들이 행동을 고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스타트업들도 걱정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이 사기꾼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가 많아지는 것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미국 벤처투자사 럭스캐피털의 디나 샤키르 파트너는 “홈즈가 특정 창업자의 전형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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