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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내부자 연합' 깨기

안의식 논설위원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강성 노조 기반

비정규직서 전환장벽 높여 철옹성 쌓아

차기정부, 귀족노조 기득권 혁파하고

노사간 힘의 균형 찾는 방안 마련해야





한국 사회는 성(城) 안과 성 밖으로 나뉜 사회다. 대기업·공공 부문 정규직을 중심으로 하는 성 안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성 밖으로 나뉜다.

성 안과 성 밖은 차이가 크다. 직업의 안정성, 임금·복지 수준 등에서 크게 다르다. 대기업·공공 부문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중소기업은 50,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0~40 수준이다. 그래서 누구나 성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일단 진입하면 다시 나가지 않기 위해 애쓰며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쌓는다.

성의 건축은 1987년 민주화투쟁, 노동자대투쟁으로부터 시작됐다. 1987년 민주화가 본격 진행되면서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 노조가 들어섰고 이들의 힘이 강해졌다. 이로 인해 대기업·공공 부문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이 대폭 개선됐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서는 비정규직이 합법화하면서 숫자도 급증해 성 안과 성 밖의 차이가 확실해지기 시작했다.

성 안팎의 구분이 확연해지면서 성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패배자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대기업·공공 부문 취업을 위해 청년들은 몇 년이라도 재수를 하며 실업자 생활을 한다.

이 같은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방법은 성 밖의 사람들이 쉽게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성벽 자체를 낮추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중 첫 번째 방식을 택했다.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하지만 성 안의 파이는 무한정 늘릴 수 없다. 제한적이다. 그래서 여기서 공정의 문제가 생겼다. 성 밖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를 선택해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느냐 하는 기준의 문제다. 반발만 커졌다. 결과적으로 보니 문재인 정부 5년간 비정규직 수만 크게 늘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다른 방식을 말한다. 성 안팎의 담을 낮춰 성 안 사람이나 성 밖 사람이나 크게 차이가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나의 방법으로 비정규직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 성 안팎의 차이나 구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성이 높아진 더 큰 요인을 간과한 주장이다. 그동안 안팎으로 성이 이렇게 높아진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성 안 사람들의 기득권 추구였다. 대기업이나 공공 부문 정규직 종사자들은 강력한 노조를 기반으로 경제 성장의 과실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독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귀족 노조가 정치권에도 진출해 기성 정치 세력과의 ‘내부자 연합’을 통해 기득권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최고위원 중 1명을 노조 출신으로 할당한다. 직능단체별 국회의원 출신을 봐도 법조인 다음으로 노동계 및 노조 출신이 많다. 21대 국회를 보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출신 국회의원만 13명이고 그 밖의 노동운동 경력이나 노동 연구기관 출신등 범노동계 출신을 합하면 20명이 넘는다.

노동계가 주축이 된 ‘촛불시위’로 집권하게 된 문재인 정부는 노동 개혁에 칼을 댈 수 없었다. 그럼 다음 정부는 이 같은 귀족 노조의 기득권과 ‘내부자 연합’을 깰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재명 여당 대선 후보는 물론이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까지 모두 현실적인 대선 득표 전략으로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등 노동계 요구를 수용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두 후보 모두 노동 개혁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공동체가 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사활적 문제다. 양극화, 청년 실업, 저출산 등 이 시대 핵심 과제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음 정부는 누가 되더라도 귀족 노조의 기득권을 혁파하고 노동계와 국회 사이의 ‘내부자 연합’을 깰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천에 나서야 한다.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직장 점거 금지 등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방안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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