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1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9%(1.61달러) 오른 85.4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도 3월 인도분 브렌트유가 1.2% 오른 87.5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로이터통신은 WTI와 브렌트유 모두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날의 유가 상승은 예멘 후티 반군의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 공격과 잇따른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반격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스타드에너지의 루이스 딕슨 원유시장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공격으로) UAE 석유 시설이 입은 피해 자체는 크지 않지만 올해 이 지역에서 공급 차질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공격은 이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을 증가시키고 이란과 미국 간의 핵 협정이 가까운 미래에 협상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다”며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서 제외될 경우 다른 곳에서 생산되는 유사한 등급의 원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휩쓴 상황에서 원유 수요가 예상을 웃돈 것도 유가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미크론이 수요에 충격을 미칠 것이라는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무역업자들은 아시아 지역 내 화물에 대해 점점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석유 재고량이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에서 터키로 이어지는 키르쿠크-세이한 송유관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피해를 입으면서 유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송유관은 이라크 북부에서 유럽으로 석유를 수송하는 주요 경로여서 유가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하루 동안 이 송유관을 통해 이동한 원유량이 45만 배럴 이상이라며 복구 시점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 같은 손실은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yeona@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