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남궁훈(사진)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단독 대표로 선임했다. 이로써 ‘카카오페이(377300) 먹튀’로 불거진 리더십 혼란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차기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한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새 대표 내정 소식을 전하면서 “상생안, 임원 주식 매도 가이드라인 등 정책을 내놨지만 이를 뛰어넘어 미래지향적 혁신을 잘하는 것이야 말로 신뢰 회복을 위한 첩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게임즈(293490)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키는 경험을 축적해왔을 뿐 아니라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으로서 공동체 차원의 미래를 함께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싣고, 사회적 책임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카카오는 20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남궁 센터장을 단독 대표로 내정했다. 당초 류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로 연임할 예정이었던 여민수 대표는 카카오 대표직과 그룹 컨트롤타워인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장에서 모두 물러난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사회의 강도 높은 지적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장은 여 대표 대신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맡는다. 얼라인먼트 센터는 카카오 그룹의 전반적인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면서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윤리 의식 강화와 리스크 관리를 맡는다.
먹튀 논란을 일으킨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이날 일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카카오 측은 대표 내정자인 신원근 부사장을 포함한 5명에 대해서는 사퇴 대신 회사에 남아 상황을 수습하고 재신임을 받으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에 남는 임원 5명은 자신들이 매각했던 주식 재매입을 진행하기로 했다
남궁 내정자는 한게임 창립 멤버로 NHN USA 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를 맡아 회사 성장과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이끌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카카오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으로 선임돼 그룹 전반의 신사업 전략을 맡고 있다. 남궁 내정자는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큰 책임감을 갖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전념하겠다”며 “미래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글로벌로 카카오 무대를 확장해 기술 기업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남궁 내정자는 이날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를 제시했다. 남궁 내정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민들은 성장한 카카오에게 단순히 새로운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것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며 “메타버스는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가장 사회적 요구에 가깝고 현재 카카오가 잘 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땅을 발견하고 세계 시장으로 확장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카카오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톡, 멜론, 게임, 웹툰, 온라인동영상(OTT), 멀티미디어를 아우르는 카카오만의 메타버스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카카오의 발표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카카오 주가는 한 때 9만 원 아래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전날 보다 2.1% 오른 9만2,300원에 마감하며 9만 원대를 회복했다. 업계 한 관게자는 “리더십 문제가 수습되는 분위기인 데다, 앞으로 상생안 등 현안 처리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며 “남궁 내정자가 제시한 미래 비전에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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