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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형배 원장 "플랫폼 규제는 고차방정식…'강제 사업분리' 신중해야"

[서경이 만난 사람]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대담=김현상 경제부 차장 kim0123@sedaily.com

섣부른 처방 땐 소비자만 피해…수많은 이해관계자 아우를 法 필요

중기·소상공인 분쟁 도우미 역할로 구제액 9년 새 6배 넘게 늘어

올 '진흥원'으로 개편, 전문성 갖춘 상임위 도입…사건 처리 단축할 것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오승현 기자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고차방정식’ 문제를 푸는 일과 같습니다. 플랫폼 입점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리는 순간 자칫 애꿎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운영자와 입점 업체, 소비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플랫폼 규제 법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에 맞춰 한국공정거래조정원도 플랫폼 관련 분쟁 조정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김형배(사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은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내 본원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보다 신중한 접근 방법을 강조했다.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을 둘러싸고 플랫폼 운영자부터 입점 업체, 소비자, 페이 업체, 광고 업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미국의 경우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일명 ‘GAFA’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자사 상품을 우대하다가 적발될 경우 법으로 아예 관련 사업을 플랫폼에서 분리해버리는 기업분할명령제도를 시행하려 한다”며 “문제는 그동안 플랫폼 운영자가 다른 분야에서 이윤을 내는 구조 덕분에 이용자들이 공짜로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사업을 분리하면 이용자들에게 사용료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한 극약 처방이 오히려 다수의 소비자들이 누리던 혜택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미국과 같은 사업 분리 강제 조치 방식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적합한 규제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에 대해 김 원장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갑을 관계’를 규율한 법안”이라며 “규제 대상이 되는 기준도 당초 중개 거래액 1,000억 원 이상 기업에서 1조 원 이상 기업으로 상향했고, 상당히 연성인 법안이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공정위의 온플법에는 10여 개의 금지 행위 관련 분쟁이 생기면 조정원에 조정을 맡긴다는 조항이 있다. 김 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분쟁 조정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면서 “온플법의 입법이 완료되면 플랫폼 입점 업체들도 금전적인 보상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분쟁 조정을 많이 신청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조정원은 불공정거래 행위 등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공정위가 피해 기업의 구제보다는 과징금 등 불공정 행위 기업을 제재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조정원은 각종 분쟁을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해결하도록 중재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보다 빨리 피해를 구제받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조정원이 지난 2020년 조정을 성립해 피해를 구제한 액수(조정 금액과 절약된 소송비용의 합)는 1,207억 원에 달한다. 2011년 피해 구제액 193억 원과 비교하면 9년 새 6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조정 성립 건수 역시 653건에서 1,308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조정원은 보다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상임위원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하도급·가맹 분야 분쟁조정협의회에 전문 지식을 갖춘 상임위원을 도입하고 상임위원이 주재하는 소회의 개최를 늘려 사건 처리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원장은 “중재기관 중 조정원에만 상임위원제도가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1년에 각각 1,000건에 달하는 공정거래·하도급 사건을 안정적으로 빨리 처리하려면 상임위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조정원 내부 프로세스 개선도 병행해 부임 후 사건 처리 기간을 평균 56일에서 49일로 단축했다. 김 원장은 “사건 배정 절차를 간소화했고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진행 현황을 점검하되, 특히 청구액이 고액이거나 사실관계가 복잡한 사건은 별도로 관리해 업무를 효율화했다”며 “지난해에는 조정 성립률을 중심으로 한 성과평가제를 도입해 성과급과 연동시키는 등 스스로 굴러가는 조직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원의 올해 핵심 추진 과제 중 하나는 ‘공정거래진흥원’으로의 개편이다. 김 원장은 “2007년 처음 조정원을 설립할 때부터 ‘진흥원’으로 만들고자 했지만 국회에서 공정거래 문화 확산 등의 기능이 시급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 조정 기능만 살아남았다”며 “이름이 바뀌면 공정거래 문화 확산을 위한 예방 활동, 평가 업무, 사후 조치 이행 관리 등과 같은 업무를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조정원이 진흥원으로 확대 개편되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피해 예방을 위한 공정거래 종합 지원 기능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불공정 행위가 빈번한 유통업 분야에서 영세 중소기업들이 법을 몰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만큼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 사업으로 납품 업체들을 보호하고 하도급 분야에서 기술 유용 피해 예방을 위한 비밀 보호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조정원이 ‘가맹 사업 분야’에 한정해 수행 중인 종합 지원 업무 범위도 ‘대리점 분야’ 등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김 원장은 “중소기업들은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입어도 법을 잘 모르는 데다 어디를 찾아가 도움을 받을지 몰라 피해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정원이 진흥원으로 개편되면 사업을 시작하려는 중소기업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컨설팅을 받는 일부터 분쟁이 생겼을 때 조정을 신청하고 이후 소송 지원을 받는 일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조정원의 업무도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광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광고 대행 약관과 관련한 분쟁 조정이 2019년 90건에서 2020년 311건으로 1년 새 3배 넘게 증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원장은 “‘갑’인 사업자들이 계약 해지권을 제한하거나 해지하더라도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조정원이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피해주의보를 발표했다”며 “피해주의보와 함께 조정 건수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교육과 상담을 강화해 분쟁 건수 자체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정원은 코로나19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되면 가맹점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소상공인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해 가맹종합지원센터를 연 뒤 562건의 상담이 이뤄졌는데 이를 보다 효율화하기 위해 상담 사례집과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며 “소송이 필요한 경우 1인당 300만 원의 지원을 제공하거나 소장 작성에 도움을 주기도 하는 등 고도화된 수요자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조정원의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비대면 조정도 준비 중이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이후 분쟁조정협의회 운영이 어려워져 지난해 5월 화상회의를 활용한 비대면 협의회를 도입해 운영을 정착시켰다”며 “앞으로는 이를 ‘비대면 조정’으로 확대해 당사자들이 조정원에 방문하는 수고를 줄이고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분쟁 조정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박효정 기자 사진=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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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삼척 △1981년 삼척고 △1989년 고려대 경제학과 △1990년 행정 고시 34회 △2001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 석사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총괄담당관 △2011년 공정위 감사담당관 △2012년 공정위 대변인·시장감시국장 △2014년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 △2017년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 △2018년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 △2020년 공정위 상임위원 △2021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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