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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개입'의 역습…한전, 2년새 16조 적자 쇼크

[대선 앞 정부 도넘은 시장 통제…올 적자 10조 넘긴다]

브렌트유 등 연료비 연일 치솟는데

전기요금 인상은 선거 뒤로 미뤄

작년 6조보다 2배 가까이 '껑충'

1월만 2.3조 공사채로 현금 수혈





정부의 가격 개입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을 대선 이후로 미루며 한국전력의 올해 적자는 1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예상 적자 약 6조 원과 비교해 적자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사실상 정상적 현금 흐름이 막힌 한전은 지난 1월에만 2조 3600억 원의 공사채를 찍어내며 회사채 발행 신기록도 갈아 치웠다.

2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메리츠증권 등 증권사 3곳이 제시한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전망치 평균은 10조 3951억 원이다.



한전의 천문학적 손실은 연료비 급등으로 전력 구입 비용이 급등한 데다 정부의 가격 개입으로 가격 조절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데 따른 결과다.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는 최근 7년 만에 배럴당 90달러선을 돌파하면서 급등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최소한 오는 4월까지 전기요금을 억누를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직접 도입한 연료비연동제의 기본 원칙도 사실상 무너졌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지난해 전기료를 최소 ㎾h당 5원은 올렸어야 했다"며 “대선이 끝난 4월부터 전기료를 올린다고 해도 대규모 적자를 막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적자로 빚을 내고 이자가 다시 적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당장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공사채 발행 물량이 늘면서 한전의 1월 채권 발행금리(10년물 기준)는 2.98%까지 치솟아 3%선을 위협하고 있다. 한전의 올해 차입금 포함 이자 비용은 8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주거나 억눌렸던 전기료를 한꺼번에 올릴 수밖에 없다. 어떤 방식이든 결국 가격 개입의 부작용을 국민들이 부담하는 셈이다.

정부의 가격 개입은 진행형이다. 부작용은 정권 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민간택지분양가상한제는 민간 아파트 공급 지연으로 이어졌고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 3년마다 시행하는 카드 수수료 인하는 2년간 카드사 신용결제 부문의 대규모 적자로 돌아왔다. 최근 우유 가격 결정 구조 개편안이 생산자 단체의 반대에 부딪히자 낙농진흥회 공공기관 지정을 카드로 직접 개입에 나선 정부는 낙농 업계의 강한 반발로 한발 물러섰다. 가격 개입을 철회했다기보다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표심을 자극하는 마찰을 피한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인위적 가격 통제 정책은 선거 후 국민에게 충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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