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개인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동료 교수들로부터 카메라나 마이크 같은 동영상 촬영 장비에 관한 문의를 많이 받는다. 학생들이 영어로 진행하는 법학 수업을 어려워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 창구로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법률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카메라 공포증까지 호소하던 동료 교수들이 비대면 강의에 적응하더니 이제는 유튜브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2년 가까이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며 디지털 교육 환경에 적응한 대학교수들이 ‘유튜버’로도 속속 나서고 있다. 이들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사회 이슈에서부터 전공 지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강의 콘텐츠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인문학 콘텐츠를 지난해부터 선보였다. 최 교수는 사회 이슈에 대한 생물학자의 시각을 전하며 대중과 소통한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이상한 겁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은 석 달여 만에 조회수 100만을 기록했다. 최 교수는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진화생물학자의 시각에서 보기에 지극히 당연한 진화적 적응 현상”이라며 “주변에 먹을 것이 없는데 번식을 하는 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해당 영상은 “출생률이 공격당하기 좋은 주제인데 교수님답게 통찰력 있게 얘기했다”는 댓글이 달려 ‘좋아요’를 1만 개 가까이 받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대학 전공 수준의 전문 지식을 전달해 일반인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교수들도 있다. 김대영 을지대 혈액내과 교수의 채널에는 “덕분에 병에 대해 잘 알게 됐다”며 혈액암 환우들이 고마움을 전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배진영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의 채널에는 “60대 중반에 관심 많던 유기화학을 재미있게 공부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 밖에도 법학(손종학 충남대 교수)·의학(송교영 서울성모병원 교수, 서울대 의대팀)·외식조리학(여경옥 서울디지털대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수 유튜버’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교수들의 유튜버 활동에 대해 학생들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학생 이 모(24) 씨는 “방학 중 예습을 하려고 했는데 유튜브로 강의를 미리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취준생 정 모(26) 씨는 “전공과 다른 분야에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유튜브에서 다른 전공의 강의를 쉽게 들을 수 있어 고민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교수들이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교수는 유튜브 활동에 더 집중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어 반감을 사기도 한다. 한 대학생은 “강의 중간에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길래 시청해 보니 정보나 지식 전달보다는 자신의 정치 신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내용이어서 거부감이 들었다”면서 “강의 준비에 더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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