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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확장재정 인플레에 녹아버린다

조지원 경제부 기자





연초부터 대내외 악재가 쏟아지면서 최근 한국은행에는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전환이나 소비자물가 상승세 모두 예상보다 빠르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향하고,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수시로 넘나든다. 14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달아 올렸던 지난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물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와 긴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는 한은이 지난 7일 국고채 2조 원을 단순 매입한 것은 그래서 더욱 눈에 띈다. 통상적으로 한은이 국고채를 매입하면 시중의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져 자칫 물가를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물가 걱정이 커진 데다 평소 국고채 매입에 신중한 한은이 다급히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국채 시장에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준금리 인상과 미 긴축 등으로 불안했던 국채 시장에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안 증액 요구가 기름을 부으면서 생긴 일이다.



문제는 추경안 증액과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이 이뤄지면 수급 부담에 시장 불안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풀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피해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국채 금리마저 뛰면 오히려 이들은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다. 돈을 풀어 물가마저 급격히 오른다면 생계의 무게는 더욱 가중된다. 특히 지금 물가는 잘못된 신호 하나에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상승할 수 있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힘든 상황에서 받은 지원금이 대출 이자로 더 나가고 인플레이션에 녹아버리는 일을 막자는 것이다. 먼 일 같아 보여도 재정 건전성 악화나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더 큰 충격으로 취약 계층부터 덮칠 수 있다. 학계는 물론 한은 금통위을 비롯한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무리한 확장 재정에 부정적인 것도 이런 이유다.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데 유독 정치권만 듣지 못하는 건 대선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매표용 추경 증액을 허용하기에는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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