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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80% "中 부정적"…타오르는 반중 정서, 대선도 '흔들'[현장, 2022대선]

편파 판정 논란에 반중 정서 확대

16대 대선에선 반미 정서가 영향

20대 88%·30대 84% "中 부정적"

中 대하는 후보 태도가 변수 될수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지난 7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추월하고 있다. 심판은 황대헌의 이 상황을 반칙으로 판정해 실격 처리했다./연합뉴스




중국이 한국 대통령 선거를 흔들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국’은 아닙니다. 바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입니다. 편파 판정으로 ‘반중 정서’가 들끓고 정치권은 성난 민심에 올라탔습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10명 중 9명은 중국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중국 관련 발언 하나가 여야 대선주자의 지지율을 출렁이게 할 수 있습니다. 박빙의 선거 구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정치권도 반중 정서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中 한복 공정·편파 판정 논란에 뿔난 시민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개막식부터 반중정서에 불을 질렀습니다. 지난 4일 개막식에서 조선족을 대표하는 한 여성이 우리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입고 등장해 논란이 됐습니다. 국내에서는 바로 ‘한복 공정’을 펼친다는 비판이 터져나왔습니다. 소위 ‘셀럽’들이 반발에 앞장섰습니다. 세계적인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슈가와 소녀시대 효연, 가수 청하 등 많은 연예인이 한복을 착용한 사진을 SNS에 올리며 “한복은 한국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편파 판정 논란은 불붙은 반중 정서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 선수는 각각 조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해하기 힘든 사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고 중국 선수들이 결승에 올랐습니다. 누리꾼들은 중국을 향해 성토를 쏟아냈습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서울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여야 모두 中 때리기…선거 전략으로 전락?


눈치를 보던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중국 비판에 열을 올렸습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장 먼저 반응했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7일 쇼트트랙 선수들이 실격한 직후 페이스북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썼습니다. 또 지난 8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서는 “자칫 중국 동네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비판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같은 날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우리 아이들이 공정이라는 문제에 대해 많이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중국의 더티판정으로 무너져 내렸다”며 “이번 중국의 행태는 스포츠정신을 망가뜨린 아주 못난 짓으로 세계인 누구의 동의도 받을수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며 “진정한 승자가 누군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고 선수들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역시 여기서 그칠 우리 정치권이 아니었습니다. 반중 정서를 곧장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데 활용하고 나섰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국힘이 집권하면 매일매일이 올림픽 보는 심정일 것”이라며 “불공정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썼다가 글을 삭제했습니다. 이에 윤석열 선거대책본부의 김재현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야당으로 화살을 돌렸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얄팍한 수만 생각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맞받았습니다.

이런 정치권을 보는 시민들은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원 모(25) 씨는 “대중의 반중 정서를 이해한다 싶으면서도 이걸 이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회의감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7일 쇼트트랙 선수들이 실격한 직후 페이스북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썼다./페이스북 캡처


‘반중 정서 최고(高)’ 2030, 대선에 미칠 영향은?


정치권이 욕을 먹으면서도 요즘 청년들 말로 ‘반중 코인’에 올라탄 이유는 있습니다. 역대 대선을 돌아보면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미국 선수 안톤 오노의 부정 행위가 반미 정서를 형성했습니다. 당시 미국 솔크레이크시티에서 개최된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 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인해 김동성 선수는 금메달을 뺏겼습니다. 이 사건으로 촉발된 반미 정서는 그해 6월에 발생한 미군 여중생 압사 사고로 폭발하며 촛불시위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반미 정서는 대선을 뒤흔들 수준이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의 반중 정서는 어떨까요. 특히 2030 청년층에서 강한 반중 정서가 확인됩니다. 지난달 12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주변국 호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는 응답자의 88%가 중국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반중 정서가 가장 강합니다. 30대 만만치 않습니다. 84%가 중국에 부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으로 반중 정서가 이보다 더 확대된다면 대선 후보들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2030 세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충남 서산시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 모(26) 씨는 “이번 반중 정서 확대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확고한 외교 철학이 더 중요하단 의견도 있었습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김 모(30) 씨는 “외교는 주체적이고 일관적으로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랬다 저랬다 하면 표심만 더 중시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차라리 확실한 노선을 정해서 국익에 부합하게 행동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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