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 미달 소식에 급락했다. 구주주 청약은 배정 물량을 웃돌며 ‘완판’을 기록했지만 우리사주조합 배정 물량이 대출 규제에 가로막혀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두산중공업은 전 거래일보다 10.09% 내린 1만 5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436억 원을 사들인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5억 원, 299억 원을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나빠진 것은 유상증자 청약률이 97.44%로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8287만 2900주를 주당 1만 3850원에 발행해 기존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고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방식으로 증자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배정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유상 증자의 흥행 가능성을 점쳤다. 실제로 구주주들의 청약 물량은 7000만 주로 배정 물량의 105%를 넘어섰다. 지난 2020년 12월 추진됐던 1조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당시 구주주 청약률(100.27%)을 웃돈 기록이다. 그러나 우리사주조합 청약 물량이 1074만 3175주에 그치면서 청약률이 64.82%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나머지 212만여 주가 일반 공모 방식으로 풀렸다.
통상적으로 청약 미달은 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적신호로 여겨지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대규모 유상증자가 연이어 이뤄지는 과정에서 대출 한도를 이미 채운 우리사주조합원들이 추가 증자에 나설 여력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2월 들어 공매도 거래 비중이 25%에 달했던 점도 이날 주가 급락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시장 악재와 별개로 두산중공업은 잇따른 수주에 힘입어 7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1조 8077억 원, 영업이익 8908억 원, 당기순이익 645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흑자는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 대비 20%가량 늘어난 8조 9000억 원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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