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한국 토종 셰프가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인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받았다. 박웅철(38) 셰프가 파티시에(제과제빵사)인 부인 기보미 씨와 함께 운영하는 런던의 ‘솔잎(Sollip)’은 최근 발표된 2022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1개를 받았다.
21일(현지 시간) 미슐랭에 따르면 영국 전국에서 올해 기준으로 미슐랭 별 1개가 붙은 레스토랑은 164개이고 이 중 새로 별을 딴 곳은 단 19개다. 별 2개(22), 별 3개(8)를 다 합쳐도 미슐랭 별이 붙은 레스토랑은 영국 전체에서 194개뿐이다. 한국인 셰프가 세계 최고 레스토랑들이 모인 런던에서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는 것을 넘어서 별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솔잎은 한식당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눈에 띈다. 런던브리지 근처 작은 골목길에 있는 20여 석 규모의 레스토랑 솔잎은 이제 문을 연 지 갓 1년이 넘었는데 미슐랭 가이드에 이미 이름이 올라 있었다.
미슐랭은 “유럽에서 익힌 기술에 고국의 풍미를 더했다”며 “그 결과는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 같은 요리다. 으스대거나 과하게 복잡하지 않되 세련되고 차분하다”고 평가했다. 박 셰프는 “요리사로서 꿈꿔온 일이 이뤄졌다”며 “기본은 프랑스 요리이지만 한국인이면서 한국과 영국에서 배우고 일한 나의 정체성이 담긴 요리”라고 말했다.
그는 우송대 외식조리학과 출신으로 런던 유명 요리학교 르코르동블루에서 프랑스 요리를 배우고 영국·미국·한국 등에서 일했다. 그는 “질 좋고 신선한 영국 식자재를 주로 쓰면서 한국 재료를 포인트로 넣으니 손님들은 아는 요리인데 새로운 맛이라고 한다”며 “특히 누룽지로 만든 빵은 향과 식감이 독특해서 무척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또 육회와 비슷한 비프 타르타르에 프랑스에서는 마요네즈를 쓰고는 하는데 박 셰프는 여기에 6개월 이상 숙성한 약고추장을 첨가한다. 트뤼프(송로버섯) 치즈 샌드위치를 응용해서 감태와 영국 치즈를 사용한 요리를 만들었고 한국의 백화반이라는 음식에서 따와 하얀 채소로 만든 전채 요리에는 잣 밀크와 들기름을 넣는다.
그는 앞으로 ‘Sollip’이라는 브랜드를 키우며 한국의 음식 문화와 식자재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는 “런던에서 한국 음식이 너무 알려져 있지 않고 질 좋은 한국 식자재를 구하기도 어렵다”며 “우리나라에도 있는 다시마·깻잎·말차를 일본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imi@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