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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재명 "한국 기축통화국 가능성 커" 발언 따져봤습니다

달러화 거래비중 44% vs 원화 1%

원화 글로벌 인지도 높지 않고

무역적자 감당할 체력도 안돼

적자 불가피 '트리핀 딜레마' 난제

"현재로선 너무 현실성 낮은 이야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열린 TV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때아닌 기축통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열린 TV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도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발언하면서다. 앞서 3일 TV 토론 때 ‘RE100(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하는 기업)’을 내세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궁지로 몰았던 이 후보가 이번에는 자신의 발언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기축통화 관련 논란을 ‘팩트 체크’로 정리했다.

우선 기축통화의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전적으로 기축통화는 ‘국제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로 정의한다. 한마디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돈이 기축통화라는 뜻이다. 이 같은 기준으로 보면 원화는 기축통화 반열에 오르기 어려운 상태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 세계 외환상품시장의 통화별 거래비중 추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원화의 거래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미 달러화(44.2%)나 유로화(16.2%) 등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치다. 전 세계 중앙은행 중 원화로 외환보유고를 채운 나라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시장에서 원화의 ‘인지도’ 자체가 높지 않은 셈이다.

물론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영원불변한 것은 아니다. 금융 역사에서 미 달러화가 기축통화 자리에 오른 것은 통상 1921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로 본다. 달러가 ‘화폐 챔피언’ 자리에 오른 지 불과 100년 정도밖에 흐르지 않은 셈이다. 그 전 100년 동안에는 영국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서 기능했다. 바꿔 말하면 원화도 자격 요건을 갖추고 기다리면 언젠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축통화의 요건은 무엇일까. 딱 부러지게 정립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국가 경제력, 환율 안정성, 교환성, 발전된 금융시장 등 4가지가 기축통화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판단된다. 미국 달러조차도 1980년대 이후 쌍둥이적자(재정·무역수지 적자)가 만연하면서 환율 안정성을 의심받아 기축통화 위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반대로 중국 위안화는 중국이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경제력을 인정받아 기축통화국 지위를 한때나마 넘볼 수 있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막대한 무역 적자를 감내할 수 있어야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기도 한다. 가령 미국이 수입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해 지속적으로 흑자를 낸다고 가정하면 달러화가 미국으로 계속 모여들어 화폐로서 교환성이 점차 낮아지게 된다. 즉 기축통화로서 이득을 누리려면 반대로 무역 적자로 손해를 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로버트 트리핀 전 예일대 교수가 처음 주창한 일명 ‘트리핀 딜레마’다. 수출과 무역으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로서는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너무나 현실성이 낮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발언 근거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지난 14일 보고서가 언급되고 있지만 이도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편입 조건에 대한 분석이다. 물론 한경연이 당시 IMF의 SDR 바스켓이 포함하지 않은 국가들을 ‘비기축통화국’으로 정의하며 대상 국가 가운데 한국의 부채 상승 예상 속도가 최상위권이라고 분석했다는 점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을 거짓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시 한경연의 보고서는 SDR 편입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이다. 한경연은 “IMF가 제시한 SDR 통화 바스켓 편입 조건과 한국의 경제적 위상 등을 고려했을 때 원화의 자격은 충분하다”며 올해 IMF 집행이사회에서 한국 원화가 SDR에 편입될 근거 5개를 제시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이 올해 IMF 집행이사회에서 SDR에 추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난 2015년 IMF가 발간한 ‘SDR 평가방식 검토’ 보고서에서 제시한 SDR 편입 요건 가운데 한국은 5개년 평균 수출액이 상위 5개국에 들어야 한다는 요건 하나를 충족했을 뿐이다. 설사 요건을 충족하는 시점이 온다 해도 IMF 집행이사회의 70% 득표율을 얻어야 한다. 2010년 처음 편입 가능성이 제기됐던 중국 위안화도 5년이 지난 2015년에야 득표율 요건을 충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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