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침체에 빠진 식품사업군에 ‘메스’를 들이 댄다. 롯데제과(280360)와 롯데푸드(002270)의 경우 중복되는 빙과사업 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 제빵 사업 등의 통합을 비롯한 다양한 합병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적자 사업인 식육사업 등을 정리하는 한편 최근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뒤처지고 있는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신규 투자 및 M&A를 적극 추진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HQ 총괄대표는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올해 식품 사업군 경영전략을 보고했다. 롯데 식품군 HQ에는 롯데제과·푸드·칠성음료·지알에스 등이 포함돼 있다. 이중에서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최근 몇 년간 성장이 둔화되고 특히 롯데푸드는 지난해 적자로 돌아서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식품군HQ는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겹치는 사업을 합치는 방안에 속도를 낸다. 롯데푸드의 빙과사업부를 떼내 롯데제과로 합치는 방안이 유력하다. 롯데제과가 이미 빙과사업을 하는 하는 상황에서 롯데가 삼강(현 롯데푸드)을 1978년에 인수하자 롯데 계열사 두 곳이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양사 빙과 사업부의 통합 가능성은 오래된 얘기이지만 재작년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자 더 이상 통합을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 직원들 입장에서는 상대방은 타회사와 다를 바 없는 경쟁사"라며 “겹치는 영업라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시기는 당초 7월초가 거론됐으나 이보다 더 빨리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다른 중복 사업군인 건강기능식 사업 등의 통합도 검토 대상이다. 현제 롯데제과는 건과와 빙과 외에 헬스푸드와 제빵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롯데푸드도 파스퇴르를 인수한 후 분유사업뿐만 유산균 등의 건강기능식도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장년층을 타깃으로한 기능성 단백질과 항당뇨 유산균 제품 등의 개발 및 출시도 올해 예정돼 있다. 롯데푸드는 자회사를 통해 샌드위치, 햄버거 등의 델리사업도 영위 중이다.
더 나아가 롯데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 방안에 따른 득실도 따져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종합식품회사로 키우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무선에선 CJ 등 경쟁사들의 조직 구조 등도 살피고 있다. 롯데지주(004990) 관계자는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합병 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식품군 HQ는 이같이 중복사업의 효율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신성장 동력으로 HMR사업의 강화를 추진한다. 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회장은 수년 전부터 간편식 시장의 성장을 예상하고 제품 경쟁력 강화를 주문해왔다. 이마트의 경우 피코크, CJ제일제당의 경우 비비고 등의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간편식을 판매하며 매출을 키워 왔다. 그러나 롯데의 경우 HMR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마트와 롯데푸드 모두 별다른 흥행 제품을 내놓지 못한 채 경쟁에서 뒤처졌다.
이에 따라 롯데푸드는 HMR과 밀키트 사업에 드라이브를 본격적으로 건다. 지난해 김천공장에 930억원 투자해 냉동간편식 라인을 증축했다. ‘쉐푸드’ 브랜드를 단 통돈까스, 통교자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또 지난 연말 식육사업을 정리했으며 이 부지에 HMR 및 육가공 식품 제조설비 구축을 위해 약 1,000억 원을 올해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롯데푸드는 “HMR 델리 ·밀키트·냉동간편식 중심으로 편의점, 마트, 백화점, 호텔 등 내부 매출을 적극 확장하고 필요할 경우 M&A투자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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