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노동조합이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 도를 넘은 정치 행보에 나서 눈총을 받고 있다. 산은 노조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자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특보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을 아시아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지지하는 동시에 대선 이후라도 산은의 지방 이전을 국회 차원에서 막겠다는 것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노조는 최근 내부 소식지를 통해 “민주당 선대위 특보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노조는 대선 이후까지도 겨냥했다. 소식지에는 “당행의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하고 21대 국회 구성상 민주당이 반대하는 어떤 법안도 통과할 수 없다”며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패배하더라도 지방 이전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산은 노조는 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노조 등과 함께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산은 노조의 이 같은 행보는 대선 후보의 지방 이전 공약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후보는 윤 후보다. 윤 후보는 일찍이 산은을 콕 찍어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은 산은 본점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 후보도 공공기관의 지방 추가 이전을 밝히고 있다. 이 후보는 수도권에 있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200여 곳의 지방 이전을 공언했다. ‘이전 대상’에는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기타 공공기관인 국책은행도 포함됐다. 하지만 동시에 서울 여의도를 글로벌 금융·핀테크·빅테크가 융합하는 아시아 금융 허브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해 국책은행 노조가 기대를 걸고 있다. 국책은행 노조는 앞서 이 후보 지지 선언에서 “윤 후보의 산업은행 지방 이전 공약은 다분히 정치적·즉흥적이고 국책은행의 미래 담론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 후보의 국제금융 허브 서울 비전은 시대적·세계적·산업적 흐름에 부합해 그 약속을 실천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산은 등 국책은행 등 시장형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문제는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산은 노조의 지나친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채권단과 유관 기관, 회계 및 법무법인 등 구조조정 이해 당사자와도 소통해야 하는 산은의 지방 이전은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노조의 무리한 정치 행보를 이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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