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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삼성 구상' 답 찾았나…이례적 자신감 내비친 이재용

■ 17일만에 美서 돌아온 이재용

해외 장기출장마다 '뉴비전' 마련

M&A·조직개편 등 경영전략 예고

24일 경제사절단으로 재차 방미

한미 공급망 협력방안 내놓을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내년 사업 준비를 하고 왔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7일간의 미국 출장 후 전한 이 발언은 한동안 삼성전자 위기에 대한 우려를 끝내고 미래 사업에 대한 이 회장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최근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뒤 이어진 이 회장의 장기 해외 출장을 통해 삼성의 경영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 회장이 공식적으로 내뱉은 발언은 당시 삼성전자가 마주친 현실을 그대로 표현해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한 뒤 귀국하는 자리에서 “열심히 해야죠”라며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알렸고 같은 해 5월 “봄이 왔다”고 표현한 2분기에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0조 4400억 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발언이 바뀐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9조 1800억 원으로 줄기 시작했고 올해 2분기에는 4조 6800억 원까지 축소됐다.



그런데 이 회장이 연말까지 넉 달이 남은 시점에 내년 사업에 대한 준비를 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을 극도로 아끼는 이 회장의 성격을 고려하면 ‘준비를 하고 왔다’는 발언의 속내는 내년 사업 구상의 틀을 마련했다고 읽힌다. 자신감 넘치는 얼굴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근 테슬라·애플과 대규모 공급계약을 연달아 체결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추가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미국 주요 테크 기업 경영자들을 만났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 회장은 2018년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직후 유럽과 캐나다·중국·일본·인도·베트남 등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주요 인사들과 회동을 했고 이는 2019년 4월 삼성전자의 ‘2030 시스템 반도체 비전’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 5000명을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의 비전은 지난달 22조 7000억 원 규모의 테슬라의 차세대 AI칩 AI6, 연간 2억 대가 넘게 팔리는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갈 이미지 센서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빛을 발했다.



7월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이날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이번 장기 출장 이후 삼성전자의 경영 시계도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가 14일 최근 실적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000660)에 반격을 예고한 만큼 이 분야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전자의 HBM 반격 선언이 이 회장이 지난해 5월 HBM 제조에 필요한 반도체 극자외선(EUV) 공정의 핵심 장비·부품 업체인 네덜란드 ASML과 독일 자이스 경영진과 회동한 후 시작된 것인 만큼 이번 출장 역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이 회장의 해외 장기 출장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모빌리티 등 피지컬 인공지능(AI)과 스마트홈 시대를 대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독일 플랙트그룹(15억 유로, 약 2조 4000억 원)을 인수하며 영토 확장을 재개하고 있다.

24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정상회담의 방미사절단에 이 회장이 동행하는 만큼 미국 내 투자는 물론 출장 기간 구체화한 한미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미국 정부와의 추가 협력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이번 장기 출장에서 미래 사업 비전을 구상한 이 회장이 미래전략실 부활 등 조직 개편을 서두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후 경영 행보가 빨라진 만큼 삼성 특유의 속도전을 펼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당장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될 대미 투자가 이 회장의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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