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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물산, 66년 만에 직물사업 접는다

1956년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

섬유 국산화 위해 대구에 첫 공장

골든텍스 등 생산…섬유산업 이끌어

양복 수요 줄면서 공장 가동률 뚝

온라인몰·패션브랜드 투자 강화





삼성물산(028260) 패션 부문이 양복 원단을 만드는 직물 사업을 종료한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1956년 제일모직을 통해 국산 원단 생산을 시작한 지 약 66년 만이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직물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삼성 그룹의 모태 사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각별한 의의를 가진다. 수입 원단과 비교해 높은 인건비 등 경쟁력이 떨어진 게 사업 중단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물산 패션은 직물 사업을 중단하는 대신 온라인몰과 패션 브랜드 사업에 더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은 오는 11월 부로 경북 구미공장 문을 닫는다. 구미공장은 원단을 만드는 직물 제조를 담당하는 유일한 곳이다. 이를 위해 현재 노사협의체를 꾸리고 있으며, 이달 말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업 종료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패션은 2014년부터 삼성SDI 구미 사업장 일부 부지를 임차해 직물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현재 90여 명의 직원들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관계자는 "직물 사업의 경쟁 우위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고용 유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섬유 국산화’ 꿈 꾼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유산


삼성물산 패션은 직물 사업을 통해 템테이션·프레스티지·슐레인 등 고급 양복 원단을 생산해왔다. 남성 정장 브랜드 갤럭시와 로가디스도 구미공장에서 만든 원단을 활용했으나, 앞으로는 아웃소싱을 통해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직물 사업 중단 배경으로는 경영 악화가 첫손에 꼽힌다.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삼성물산 패션의 직물 사업 누적 적자는 88억 원에 달한다. 구미 공장의 가동률은 50%대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원단의 대부분은 베트남과 인도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다. 인건비는 높은 반면 가격 경쟁력은 뒤쳐지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실제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섬유류 수입액은 162억2900만달러(20조 원)로 2015년의 143억 달러 대비 13% 정도 증가했다. 복장 자율화에 정장 수요가 점점 줄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직물 사업 종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결정에 따라 삼성물산 패션에서 과거 제일모직이 갖는 역사적 상징성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은 이병철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제당에 이어 세 번째로 세운 회사다. 당시 이병철 회장은 수입 원단으로 만든 양복 한 벌 가격이 직장인 월급 3개월치와 맞먹는 현실을 바꿔보겠다면서 섬유 국산화를 선언했다. 이후 1956년 대구에 국내 최초 모직 공장을 세웠고, 국산 원단인 '골든텍스'를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이처럼 삼성그룹은 물론 국내 산업계에서 직물 사업이 갖고 있는 남다른 의미 때문에 삼성물산 패션 임원진들은 막판까지 사업 종료 여부를 두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패션 “온라인몰, 패션 브랜드에 더 주력”


삼성물산 패션은 직물 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온라인몰과 해외 패션에 투자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 패션의 지난해 매출은 1조 77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1000억 원으로 대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온라인몰 SSF샵과 아미·메종키츠네 등 해외 패션이 젊은 소비층에서 인기를 얻은 데 따른 결과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노동 집약적인 직물 사업은 높은 인건비 탓에 이미 대부분의 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상황"이라며 "삼성물산도 시대 흐름에 맞춰 제조보다 상품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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